건강할 때에는 약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 치유력이 있어 며칠 쉬면 거뜬해지지만 저항력이 약해지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적절히 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도를 넘어 약에만 의존하면 문제가 생긴다.
규제는 약과 닮은 꼴이다. 질서가 잡히고 편안한 세상, 위험이 적고 안전한 세상, 깨끗한 환경을 누리는 세상,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세상, 약자를 돕고 보호해주는 세상. 규제는 이처럼 누구나 바라는 사회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도 늘 선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공익 확대를 위해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고 의무를 부과하지만 정책은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규제는 실패하기 쉽다.
새책 `규제의 역설`은 규제 만능주의에 침몰된 우리 사회가 세세한 규제개혁을 논의하기에 앞서 규제의 역설을 이해하고 규제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규제에서 비롯된 부작용과 과도한 사회 비용,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불합리한 규제 등을 짚어본다.
▲비정규직이 외면하는 비정규보호 법안 ▲서민 신용을 가로막는 이자율 제한법 ▲소비자 부담을 늘리는 통신요금 규제 ▲장기 기증을 어렵게 만드는 장기이식법 ▲문화재를 파괴하는 문화재보호법 ▲소비자에게 불리한 인터넷 서점 규제 ▲주변 지역 환경 악화를 낳은 그린벨트 규제 등 여러 현안을 사례로 들어 다소 전문적인 주제를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