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결산 경협위, 숙제만 잔뜩(종합)

정태선 기자I 2005.10.28 18:53:42

"北 무리한 요구"..경공업 및 지하자원협력 난항
군사당국자 회담으로 밑바탕 깔아야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올 한해 남북측간에 이뤄진 경협 관련 회담을 마무리하는 제 11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회의가 개성에서 28일 열렸지만, 합의문 도출에 사실상 실패했다.

이날 회담에서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 및 개통 ▲서해상 수산협력 ▲개성공단 개발 ▲임진강 수해 방지 ▲경공업 및 지하자원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경공업과 지하자원개발 협력 분야에서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공동보도문 형태로 발표문을 작성했다.

◇경협위 합의문 실패원인
북측은 신발 6000만컬레분, 비누 2만톤, 의류 3만톤 분량의 원자재 지원을 요청했으나 우리측은 너무 많은 양이라고 난색을 표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위원장인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북측이 요청한 물량은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며 "어느정도 질로 제공하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금액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흥렬 통일부 회담사무국 상근대표는 "남북이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우리가 중점으로 제시한 사업들에 대한 세부 실효성있는 일정을 준비접촉과정에서 제공하지 않았다"며 "특히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토의과정에서도 의견차가 있어 합의문안 도출에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7월 경협위 제10차 회의에서 합의한 경공업·지하자원 개발 협력 문제와 관련, 최근 우리 정부에 내년부터 5년 동안 해마다 1700억원 상당의 신발, 의류, 비누 등 소비재 생산용 원자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측이 예상했던 지원 규모에 비해 10배나 많은 것으로 이번 회의에서 절충점을 찾는데 실패한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동보도문 내용은
이에 따라 남북은 지난 7차 회의때부터 논의했던 의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계속 논의해 나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공동합의문보다 낮은 수준인 `공동보도문` 형태로 결과를 발표했다.

남북은 이날 공동보도문을 통해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을 위한 실무적 문제, 철도도로연결 수산협력 개성공단건설 임진강수해방지 사업등이 민족 공동이익에 맞게 하루빨리 결실을 맺도록 하는데 토론하고 계속 협의키로했다.

또 ▲경협사무소 개소를 계기로 민간 및 당국차원에서 제기되는 경제협력문제들을 신속하게 지원 또는 협의 추진하며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폭넓게 진행키로 했다.

아울러 ▲경추위 12차회의와 산하 실무접촉은 앞으로 남북협력사무소를 통해 날짜와 장소를 정하기로 했다.

◇앞으로 과제는
이번 회의 결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차기회담의 날짜를 못박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병원 위원장은 "남북경협위는 그동안 분기별로 한번씩 열렸지만 경협사무소 가동을 계기로 필요에 따라 수시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며 "회담의 주기나 기간이 짧아지는 등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대표부 역할을 대신하는 경협사무소가 상시 대화 채널의 역할을 함에 따라 남북간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대화통로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남북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대한 남북간 이견을 우선 좁혀 나가야 할 것이다.

또 하루 속히 군사당국자 회담을 열어 양측이 내건 현안들이 추진될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아놓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측은 이날 철도 도로 연결,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등 지금까지 경협위합의사항 이행을 위해서는 군사적 보장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북측은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우리측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박병원 위원장은 "군사당국자 회담은 경협위와 별개로 추진되고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북측이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사표시기가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충분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해 지금까지 논의된 굵직한 모든 현안들이 숙제로 남았다. 하지만 남북간에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하나씩 실타래가 풀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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