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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지금이 최대 매수 기회

강종구 기자I 2002.11.01 16:35:47
[edaily 강종구기자] 미국 은행주들이 부실채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나 지금은 오히려 10여년만에 찾아온 절호의 매수기회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12년전인 90년 미국 은행주들은 부실채권 증가 등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다. 실제로 당시 뉴잉글랜드은행과 같은 주식을 싸다는 이유로 매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을 거의 날리는 큰 손해를 봤다.

그러나 똑같은 시기에 8.5달러까지 내려갔던 시티은행(현 시티그룹)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은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다. 당시 이 가격에 시티은행 100주를 샀다면 현재 1만8000달러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이 주식은 12년 동안 S&P500지수와 비교해 무려 1543%의 초과수익률을 안겨줬다. 굳이 시티은행이 아니더라도 24개 미국 은행주의 주가를 추종하는 케페은행지수는 443% 올라 S&P500지수의 상승률 137%를 크게 앞선다.

최근 몇달 동안 은행업계는 10년전과 마찬가지로 부실채권문제로 주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시티그룹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등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시티그룹과 JP모건은 감독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90년대 초처럼 은행주에 과감히 투자할 적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부실채권 증가율이 크게 줄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은행의 신디케이트론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은 2000년 72%, 2001년 83% 급증했으나 올해는 11% 증가에 그치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은행담당 애널리스트 데이비트 힐더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변수들을 논외로 할 경우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는 올해 4분기에 정점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이 은행주에 대한 매수시기가 된다. 10년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은행주의 주가는 부실채권규모가 최고조에 달하기 한달 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힐더는 "은행주는 1990년 4분기에 바닥을 쳤으며 은행의 무수익여신(NPL)은 1991년 1분기에 정점을 이뤘다"며 "주가가 부실채권 위기 해소를 반영해 미리 올랐다"고 말했다. 힐더는 현재 플리트보스톤 파이낸셜, 뱅크원,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매수하기에 좋은 종목으로 꼽고 있다. 이들 종목들은 지난 여름 이후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의 자본력도 풍부한 상황이다. 기업의 자기자본과 유보이익을 말해주는 "핵심자본"비율은 평균 6% 수준으로 10년전의 4~5%에 비해 개선됐다. 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높아져 전체적인 재무상황이 호전됐다. 또한 은행들의 예대마진도 확대돼 수익성도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1.75%까지 내려오면서 은행의 예금금리도 자연스럽게 내려왔지만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내렸기 때문이다.

은행의 수익성 개선은 최근 발표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리서치전문기관인 웨이스 레이팅의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해 2분기에 부실채권 상각손실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의 덕을 톡톡히 보며 277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보다 9.1% 가량 많은 규모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리서치부문과 투자은행부문의 이해관계 상충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것이 은행주를 멀리할 필연적인 이유는 아니다. 스트롱캐피털매니지먼트의 머니매니저 크리스토퍼 와일즈는 "감독당국의 조사가 은행들의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업계에서 퇴출될 만한 사유는 못된다"고 말했다.

90년대 초와 마찬가지로 정반대의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이자율이 이미 극도로 낮은 것이 호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제가 회복되면 금리는 올라갈 것이고 은행의 예대마진도 줄어든다는 것. 이 주장대로라면 은행들은 경제침체로 인해 피해가 아닌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도이체방크 프라이빗뱅킹부문의 포트폴리오매니저 벤자민 페이스는 피프스써드뱅코프, 워싱톤뮤추얼, 웰스파고 등 지방은행들을 "느린 경제회복의 수혜종목들"로 지목했다. 페이스는 반면 대형 투자은행들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예을 들어 JP모건의 경우 3분기에 총 14억달러의 부실채권 상각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은행부문에서도 2억56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페이스는 "투자은행부문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까지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한 의견은 비중축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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