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6월08일 18시2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인공지능(AI)과 딥테크 분야로 정책자금과 민간 벤처투자가 집중되면서 스타트업의 기술 실체를 가려내는 문제가 투자업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AI 기술이 쓰이지 않았거나 일부 기능에만 적용됐는데도 자체 원천기술을 보유한 AI 기업처럼 소개하는 이른바 ‘AI 워싱’ 우려가 커지면서다. 범용 생성형 AI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붙이거나 단순 챗봇 기능을 내세우는 기업까지 AI·딥테크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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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는 AI·딥테크 분야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최종 선정된 벤처펀드 1조7548억원 가운데 AI융합 분야는 3498억원으로 전체 선정 규모의 19.9%를 차지했다. AI융합과 딥테크를 묶은 차세대 유니콘 육성 프로젝트 전체 규모는 8244억원으로 전체의 47%에 해당한다.
민간 초기투자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내 시드 투자 148건 중 AI·로보틱스 분야 투자는 63건으로 43%를 차지했다. 5월 한 달만 봐도 시드 투자 27건 중 11건이 AI·로보틱스 분야였다. 같은 기간 전체 투자 건수에서 AI·로보틱스가 차지한 비중이 32%였던 점을 고려하면 초기 투자 단계에서 AI·로보틱스 선호가 더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금 흐름이 기술 검증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AI가 실제 제품의 핵심 기술인지,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응용 서비스인지, 단순 자동응답 기능을 AI 솔루션처럼 설명한 것인지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시드 단계에서는 매출이나 고객 지표보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모델·데이터·전문인력·지식재산권(IP) 보유 여부를 따지는 실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 민감한 대목은 투자사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정책자금과 민간 출자자(LP) 자금이 AI·딥테크로 몰리면서 벤처캐피탈(VC)도 관련 투자 실적과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운용사가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설명(IR) 자료에서 AI 요소를 더 전면에 배치하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스타트업의 과장 홍보만 문제가 아니라,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투자업계의 필요가 AI 포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워싱이 단순한 마케팅 표현을 넘어 투자자 기망 문제로 번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레스토랑 기술기업 프레스토 오토메이션에 대해 드라이브스루 음성 주문 자동화 제품 ‘프레스토 보이스’와 관련해 허위 설명을 했다며 위반행위 중지명령을 내렸다. 프레스토가 타사의 음성 AI 기술을 자사의 기술인것 처럼 사용하면서 투자자들이 오인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국내 규제당국도 AI 워싱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약 20건의 AI 워싱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온도 센서로 풍량을 자동 조절하는 냉풍기를 ‘AI 기능’ 제품으로 표시하거나, 습도 센서로 실내 습도를 감지해 자동 조절하는 제습기 기능을 ‘인공지능 기능’으로 표현한 것이 AI 워싱 의심 사례로 지적됐다. 학습 기반 AI가 아니라 단순 센서 제어에 가까운 기능을 AI처럼 표현한 것이다.
특히 비상장 투자시장에서는 이 같은 표현이 기업가치 산정과 후속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파장이 더 크다. 비상장 스타트업은 외부에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초기 단계일수록 매출보다 기술 가능성과 시장성을 중심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LLM API를 붙인 수준인데도 AI 스타트업처럼 보이게 자료를 손보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VC도 펀드 결성이나 후속 투자 유치를 생각하면 그런 포장을 완전히 밀어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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