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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금리인하 ‘스톱’, 내년 금리인상도 담긴 점도표…‘매파적 인하’
시장에서는 ‘매파적 인하’라는 월가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인하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향후 추가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시사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크고, 관세를 제외한 인플레이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을 달랬다. 향후 고용둔화 속도가 빨라지면 추가 금리인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 ‘온건한 매파적 인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10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추가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3.50~3.75%로 내려갔다.
파월 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정책 스탠스의 이러한 추가 정상화는 노동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관세 효과가 통과되고 나면 물가상승률이 2% 목표를 향한 하락 추세를 재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려 3명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이는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0.5%포인트 ‘빅컷’를 주장한 반면,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선호했다.
이처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매파(통화긴축 선호)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반대를 표명한 것은 연준 내부가 인플레이션과 고용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크게 갈려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FOMC 성명은 “위원회는 향후 금리 조정의 폭과 시점을 판단함에 있어 유입되는 데이터, 경제전망, 위험 균형을 면밀히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4년 말 금리 동결 기조를 암시했던 문구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파월 의장도 “우리는 여기서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추가 인하의 문턱이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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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도표에서 의결권이 없는 참석자 4명도 사실상 이날 금리인하 반대 입장을 시사했으며, 7명의 위원은 내년에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심지어 7명 중 3명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향후 금리인하 경로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결국 연준의 이견이 극심한 상황에서 ‘일단 숨 고르기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점도표에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내부 분열 확대에도…시장 불안 달랜 파월 “관세 영향 제한적”
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상보다 비둘기적이었고 이는 시장을 안도케 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관세가 없었다면 “현재 인플레이션은 2%대 초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관세 효과는 1분기 정점을 찍고 내년 하반기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본적인 물가 압력은 이미 진정단계라는 의미로, 앞으로도 계속 물가보다는 고용둔화에 초점을 잡고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라고 시장은 이해했다. 만약 고용둔화신호가 보다 뚜렷해진다면 점도표보다 추가 금리인하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음 회의에서 금리가 자동적으로 또 인하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속단을 피했지만, 금리 인상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보는 위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매파적이기보다는 온건한 매파적 인하”라고 평가했다. 그는 파월 의장의 생산성과 성장 관련 발언이 “위험자산에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정부 셧다운에 따른 통계 공백 이후 고용지표의 기술적 왜곡 가능성을 지적하며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니얼 실룩 자누스헨더슨 매니저는 “연준은 향후 모든 결정이 회의별·지표 기반으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이번 인하는 새로운 완화 사이클이 아니라 ‘신중한 조정’이라는 점을 파월 의장이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초단기 자금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12일부터 재무부 국채 매입을 재개한다고 밝힌 것도 점도표의 매파적 톤을 상당부분 중화시켰다. 2022년부터 오랜기간 유지했던 양적긴축을 멈춘다. 우선 400억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를 매입하고 향후 몇 달간 높은 수준의 매입을 유지한 뒤 점차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월가 은행들이 예상해온 조치로, 일일자금시장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것이다.
시장은 내년 두차례 금리 인하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5월 새 연준 의장 취임을 앞두고 점도표 신뢰도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프 슐츠 클리어브리지 전략가는 “연준의 ‘내년 한 차례 인하’ 전망은 시장이 반영한 ‘두 차례 인하’와 계속 엇갈린다”며 “의장 교체를 고려하면 점도표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꼬리 내린 국채금리…10년물 국채금리 4.16%로 뚝
최근 몇주간 꼬리를 계속 들어 올렸던 국채금리도 뚝 떨어졌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6.9bp(1bp=0.01%포인트) 내린 3.544%를,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3.1bp 빠진 4.155%에 장을 마쳤다.
달러도 뚝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56% 빠진 98.67에 거래를 마쳤다.
매그니피센트7 에서는 아마존이 1.69% 크게 오른 가운데 테슬라(1.39%), 알파벳(1.02%), 애플(0.58%) 등이 상승했다. 반면 엔비디아(-0.64%), 마이크로소프트(-2.74%), 메타(-1.04%)는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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