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특별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많다. 첫째 사업 타당성과 소요 예산을 따져보는 건 당연하다. 냉장고 한 대를 사도 이러지 않는다. 가격은 합리적인지, 내부 구조는 어떤지, 절전 효율은 좋은지 헤아린다. 하물며 28조 6,000억 원(부산시 주장은 7조5,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국책사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자기 돈이라면 이럴 수 있을까. 정상적이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무책임하며 비겁한 공모다.
둘째 일관성을 상실했다. 이전 정부에서 영남권 공항은 김해공장 확장으로 결론 났다. 이를 위해 수년 동안 공청회, 타당성 조사를 거쳤다.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이 1순위로 제시됐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시대 대중국 정책 플렛폼은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가 예뻐서가 아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고, 그게 미국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가덕도는 적지가 아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용역에서 가덕도는 꼴찌였다. 시공성, 안정성, 접근성, 운용성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나왔다.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려면 산을 파헤쳐야 하고 대규모 매립은 불가피하다. 생태계 파괴와 환경 훼손은 필연적이다. 부등침하도 피할 수 없다. 간척지를 매립해 건설한 일본 간사이공항은 반면교사다. 건설비용도 막대했지만 준공 이후 13m나 침하돼 유지비만 10조원 이상 추가됐다.
넷째 다른 지역과 형평성 논란을 부른다. 당장 대구·경북지역은 TK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리해서 가덕도 특별법을 제정한 마당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다른 지역도 뒤따를 게 빤하다. 무엇보다 지하철 노선 깔 듯 공항을 건설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낭비다. 새로 건설하는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 인접 지역과 함께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김해공항 주변 교통을 확충해 접근성을 높이는 게 효율적이다.
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과 어긋난다. 국회는 불과 5개월 전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항공기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다. 유럽 국가들이 항공기 운항을 줄여나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2018년 우리나라는 항공 부문에서 온실가스 1,600만 톤을 배출했다. 세계적으로는 연간 7억 5000만 톤 규모다. 비행기 한 대가 배출하는 온실 가스는 웬만한 제조업 공장을 능가한다.
가덕도 특별법에 대해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법무부까지 죄다 반대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 보고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뒤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 네 번 하면서 이처럼 낯부끄럽고 기막힌 법은 처음이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면 절차를 지켜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예타 면제는 잘못된 선례가 된다. 낯부끄럽지 않으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대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업을 강행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조응천 의원은 “제 속은 다 썩었다”고 했다. 사실 속 썩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들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 재정을 거덜 내며, 환경을 파괴하는 가덕도 특별법을 반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