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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찬성과 반대 사이를 줄타기하며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반대’당론을 채택했던 바른정당은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내홍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 과정에서 원내 3·4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사실상 여권의 손을 들어주며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시키며 ‘캐스팅 보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우리 의원들께서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신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처럼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고민은 남았다. 여당에 힘을 실어주며 ‘야당’의 색채는 옅어졌다. 안철수 대표가 한 달전 취임하며 천명한 ‘강한 야당’이란 구호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
‘정치적 뒷거래’가 있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명수 후보자 처리 과정에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문제에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 표결 전날 20일 민주당이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에 제기한 고소·고발 20여 건을 일제히 취하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법원장 임명 과정이 정책·역량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패키지 딜’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당분간 야3당 공조에도 제동이 걸렸다. ‘반대’당론으로 김 후보자 인준을 반대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정반대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두 당이 대법원장 인준과 고소취하를 맞바꾸기 한 셈”이라며 “청와대·민주당·국민의당이 사법부 장악의 공범 세력”이라며 국민의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바른정당은 뜻밖의 내홍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 ‘반대’ 당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내부 잡음이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어서다. 당론에도 불구하고 하태경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고 찬성표를 던지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에 “별난 사람하고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불쾌해했다.
이에 하 최고위원은 “가급적 당론 투표는 안 하기로 창당 때 원칙을 정했으며 예외는 개별 의원의 공식적 반대가 없을 때”라며 반대 당론 채택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이 오늘날 이 어려움에 빠진 데에는 한국당과 차별화하지 못한 원내대책 부재도 크게 한몫했다”며 주 원내대표 측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를 두고 ‘캐스팅 보트’로 주목받는 국민의당과 달리 내부 갈등만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내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커녕 오히려 내홍만 주목받아 난감해하고 있다. 같은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도 연일 실패하는 모습에 불만도 쌓이는 모양새다. 이에 ‘11월 전당대회’로 겨우 봉합한 자강·통합파 사이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