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甲' 중국산 SUV 국내 상륙…완성차 업계 '긴장'

임성영 기자I 2017.01.11 10:00:09

싼타페급 SUV 2000만원대 가격
중국차 과거 상용차 위주 판매
"단기 안착 어렵지만 중·장기 가능성 충분"

켄보600. 중한자동차 홈페이지.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샤오미와 같은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중국 완성차 업체가 생산한 SUV가 이달 국내 시장에 첫 상륙을 예고하면서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산’이라는 편견으로 국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달성하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에 기능도 우수한 차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내수시장을 파고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몇년간 이어지고 있는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SUV 신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은근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한자동차는 이달 18일 공식 출시 행사를 열고 SUV인 켄보600 판매에 돌입한다. 2월 초부터 출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격으로 어필…싼타페급 SUV 2000만원대 가격

국내에 들어오는 첫 중국산 승용차인 켄보600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크기(길이x너비x높이x 축거 4695㎜, 1840㎜, 1685㎜, 2700㎜)에도 판매가격은 2000만원대다. 두 개의 트림으로 출시하는데 모던이 1999만원, 럭셔리가 2099만원이다. 크루즈 컨트롤과 스마트키, 후방카메라,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 편의·안전사양도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적용했다.

켄보600은 가격대비 성능(가성비)로 국내 시장에 어필한다. 싼타페와 투싼 등과 비교해 대략 600만원 정도 가량 낮은 가격에 비슷한 크기의 차량을 살 수 있다. 또한 비슷한 가격에 쌍용차 티볼리, 한국GM 트렉스 등 소형 SUV보다 큰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중한자동차는 켄보600을 국내 시장에서 한 달에 100~150대 판매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중한자동차는 중국 북기은상기차유한회사의 공식 판매사이며 북기은상은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북경기차그룹(베이징자동차그룹)과 10대 오토바이 제조사 은상실업그룹의 합작회사다.

툰랜드.
◇중국차, 과거 상용차 위주로 판매

그간 중국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몇 번 문을 두드렸지만 출시 초기 반짝 관심을 받고 금세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5대 상용차업체로 꼽히는 선롱버스는 지난 2012년 국내에 진출한 후 이듬해인 2013년 25인승 중형버스 ‘듀에고EX’를 출시했으며 2014년엔 400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10%를 차지했다. 국산 경쟁모델들과 비슷한 665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미국과 국산 부품 등을 사용하는 등 다국적 생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등을 내세운 것이 수요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안전장치 결함으로 리콜 조처를 받은 이후 판매가 주춤한 상태다. 포톤자동차는 지난 2015년 5월 대형 디젤 픽업트럭인 ‘툰랜드’을 출시했는데 쌍용차의 코란도 스포츠보다 비싼 3320만원 이라는 가격에도 100여대의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연착륙하는 듯했다. 하지만 수동(디젤, 유로5 충족) 차량이라는 단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장 최근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가장 의미있는 성적을 내고 있는 곳이 중한자동차다. 지난해 북경기차그룹의 CK미니트럭(1085만원)과 CK미니밴(1140만원)을 들여와 한국GM의 라보와 다마스가 독식하는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에 뛰어들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35개 전시장을 열었고 80개 서비스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켄보600을 시작으로 중국산 승용차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켄보 600의 판매 추이를 보고 난 후 추가적인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도 지난해 10월 국내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15인승 전기버스 ‘K6’를 먼저 선보인 뒤 전기 승용차 ‘e6’ 등을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다. 포톤자동차도 강화된 유로6기준에 맞춰 오토(휘발류, 유로6 충족) 차량을 들여올 계획이며 출시 가격을 고민 중에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산 신차의 수입실적은 약 187억원(1556만달러)이다. 무역코드 분류에 의한 수입가로 실제 매장에서 팔린 금액은 이보다 높다. 지난 2015년 연간 중국산 신차 수입규모는 16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미니트럭.
◇ “단기적 어렵지만 중·장기 가능성 충분”

중국산 자동차가 국내시장에서 점차 판매량을 늘려왔지만 본격적인 게임은 승용차가 잇따라 들어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자동차를 구매할 때 따지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안전성 측면에서 아직까지 ‘중국산’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편견을 없애기는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산 자동차들의 기술적인 성능이 한국차를 많이 따라온데다 가격 메리트가 커 예상보다 빠르게 내수시장에 파고들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안 좋긴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많이 올라왔고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판매가 된 후 소비자들의 평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소비자들은 사후관리(AS)도 구매 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과거 수입차들과 같이 AS망을 얼마나 빠른 시기에 확대하는 지도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환경·안전 기준을 통과한 중국산 승용차가 들어왔다는 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20~30% 저렴한 가격과 좋은 성능과 디자인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구매하는 수요는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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