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통신규제 체계를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①통신 네트워크에 한정된 규제 범위를 플랫폼으로 확대할 것 ②망 이용대가에 대한 분쟁 해결 메카니즘 도입 ③개방형 협력을 통한 기술 향상과 유럽 디지털 단일 시장 완성 ④양자기술를 활용한 보안 강화 및 헤저케이블의 안정성 확보 ⑤유럽 디지털 단일시장을 위한 위성통신·네트워크 가상화·클라우드 등 국경을 초월하는 서비스에 대한 단일화된 관리 방안 ⑥조화로운 주파수 정책 및 레거시망 종료 로드맵을 통한 이용자 보호 마련 등을 언급했다.
업데이트된 내용이 뭔데?
백서를 주도한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2022년부터 DNA와 관련된 언급을 해오고 있다. 그는 유럽 내 광대역 통신망 구축에 대해서는 빅테크들의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번 백서에서는 방향성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돼 관심이다. 통신사(ISP)와 빅테크(CP)간 기술적·산업적 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한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최근 CP에 의한 자체 백본 및 전송 인프라 확장은 인터넷 상호연결 형태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니, 캐시서버가 ISP의 네트워크에 직접 배치되는 ’On-net’ 형태의 경우 CP와 ISP간 기술적·상업적 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기술적·상업적 조건이란 품질과 효율성, 유료와 무료 차원에서 트래픽 전달 위치, 트랜짓(Transit) 가격 수준 등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소송전처럼, 사업자간 계약관계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향후 분쟁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합리적인 기간 내에 사업자간 합의에 도달할 수 없는 경우 일정 기간 이후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도입해 상업적 협상 및 합의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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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망이용대가 법안과 유사
이번 EU집행위의 백서 내용은 박성중·김영식(국민의힘) 의원, 김상희·윤영찬(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개혁신당)의원 등이 발의한 소위 ‘망대가공정화법’과 유사하다.
국내 법안에도 망대가와 관련해 통신사와 CP간 합의를 촉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을 때 정부가 사후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기 때문이다. 이 법안과 EU집행위의 시각은 ‘망 이용대가는 것은 없다’는 넷플릭스, 구글 등의 주장과 배치된다.
국내에는 어떤 영향?
EU집행위는 DNA 백서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 통신 네트워크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했다. AI 시대에 부합하는 통신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위성 등과의 융합 필요성, 유럽 내에서 단일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통신의 대형화, 통신망 구축을 위한 재원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럽의 정책적인 움직임은 국내 통신정책 방향과 다른 양상이다. EU는 미래 디지털 시대를 고려해 통신 규제의 방향을 투자와 신기술 도입 활성화로 전환하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은 제4이동통신을 통한 통신 요금 인하와 단통법 폐지를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생 안정을 위한 가계 통신비 인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경제 인프라로서의 통신망의 가치를 발견하고 강화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