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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 연방의회에서 전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부터 어깨띠를 넘겨받은 뒤 취임선서를 하고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 올라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밀레이는 취임사에서 “(퇴임하는 정부로부터) 이보다 더 나쁜 유산을 받은 정부는 없다”며 “매년 1만5000%에 달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근절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밀레이는 “나라에 돈이 없다”며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쇠퇴의 단계로 규정하며, 개혁 과정에서 고통을 피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임하는 정부가 우리를 초인플레이션으로 향하는 길로 내몰았다”면서 “취임 초기 경제 활동, 고용, 빈곤층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이 있겠지만 지난 12년(전임 정권 시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임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모델을 “국가를 전리품으로 간주해 나눠준다”고 규정하며, 종식을 선언했다. 그는 “전임 정부에서 (공공지출에 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공공 부문의 보조금과 각종 복지 혜택 남발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연간 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기준 142%로 치솟았다. 경제난 심화는 각종 사회 문제로 이어져 빈곤율은 40%로 올라갔다.
특히 밀레이 대통령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방안으로 민간이 아닌 공공 지출 삭감을 강조했다. 그는 “GDP 5%에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하자마자 기존 18개였던 정부 부처를 9개 부처로 줄이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공공 부문에 대한 고강도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해당 법안은 전임 정권에서 힘있었던 사회개발부,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은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전기톱 퍼포먼스 유세’를 벌이는 등 기성 정치권과의 극단적인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당시 중앙은행 폐쇄 및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집권 초반 내각은 온건파로 꾸렸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초반부터 핵심 공약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 취임식에는 주변국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을 비롯해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도 참석했다. 우파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자리한 반면 좌파 성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불참 명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