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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한전이 전기 공급 포화 상태인 수도권의 데이터센터 전기 공급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데이터센터의 전기 공급 요청을 접수하는 한전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국내에 총 732개의 데이터센터가 지어질 계획인데 이중 82.1%인 601곳은 국내에 건설 예정이다. 전력 수요로 치면 4만9397메가와트(㎿) 중 3만9802㎿(80.6%)다. 현재 국내 전체 전기 수요-공급량이 8만~10만㎿란 걸 고려하면 이 수요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데, 수도권 계통 혼잡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한전이 송·배전망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의 데이터센터 등 대용량 전기사용 신청은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정부는 아예 데이터센터 같은 에너지 다소비시설 신·증축 땐 전력계통 영향평가서를 제출토록 하고 허가 여부를 심의하는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관련 내용을 포함키로 했다. 현재도 산업부 산하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관련 내용을 사전에 검토하고 필요시 조정·보완을 권고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돼 있어 실효가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규제 강화와 함께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혜택도 강화한다. 특히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전기가 남고 있는 호남·제주 지역과 수력·수열 발전이 풍부한 강원 춘천권, 원전 건설 계획이 잡혀 있는 동해안권 세 곳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설·이전 기업에 각 지자체의 지원과 별개로 지방투자 촉진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건설 희망 기업을 찾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지원하는 작업도 본격화한다. 또 국토부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특허 클러스터 조성과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행정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과기부도 클라우드산업 종합지원 대책 등 관련 계획에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포함키로 했다. 한전도 이들 기업에 시설공사비를 50% 할인하거나 예비전력 요금을 면제하는 등 지원을 확대한다.
다만 데이터센터 업계에선 이 같은 제도의 실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그 특성상 수요처와 가까울수록 유리하고,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운영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입지 규제가 자칫 홍콩 등과의 데이터센터 산업 경쟁력에서 밀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지만 수도권 집중 심화로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추가 건설 부담과 계통 혼잡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가 제때 지어져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라도 전력 공급이 풍부하고 계통 접속이 원활한 지역으로의 입지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