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 등 외신은 이날 홈스의 재판을 맡은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연방법원이 배심원단 구성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재판은 오는 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
◇ 엘리자베스 홈스, ‘여자 잡스’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홈스는 19살이 되던 2003년 미국 명문대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하고 바이오 진단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설립했다. 10년 뒤 테라노스는 손가락을 찔러 나온 소량의 핏방울로 암을 비롯한 200개 이상의 질환을 저렴한 비용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값싼 진단키트로 병을 진단할 수 있는 테라노스의 기술은 향후 의료 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의 창립자인 샘 윌튼의 가족들과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멕시코 통신왕 카를로스 슬림 등 자본시장의 큰 손들도 홈스에게 돈을 댔다.
테라노스는 2013년 9월 미국의 거대 약국 체인 월그린부츠와 파트너십 을 발표했고, 미국 유통업체 세이프웨이와도 유통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당시 회사 기업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4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는 듯했던 홈스의 전성기는 2년을 넘기지 못했다. 2015년부터 WSJ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이 테라노스가 보유한 기술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테라노스는 급격히 몰락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테라노스는 비밀주의로 일관했고 내부적으로 기술을 검증해야 한다는 임원을 해고하면서 버텼다.
조사 결과 테라노스의 기술로 판별할 수 있는 질병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다른 회사 기기를 도용해 결과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테라노스는 다양한 민·형사소송에 직면했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캘리포니아주 북부 검찰청은 홈스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회사는 2018년 문을 닫았다.
|
◇ 최대 징역 20년 예상…연인에게 떠넘기기 통할까
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북부 검찰청은 홈스에게 12가지 사기 및 사기 공모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기소장에는 홈스가 투자자 및 환자에게 테라노스 진단키트가 대부분 질병을 판별할 수 있다고 속였으며, 국방부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거짓말을 하고 연간 1억달러(약 11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기만했다고 적시했다.
본래 홈스 재판은 7월로 예정됐으나 코로나19와 그녀의 임신으로 지연됐다. 새너제이 연방법원은 이달 8일부터 올 12월 중순까지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WSJ는 거짓 정보로 송금을 유도하는 전신환사기(wire-fraud) 혐의는 최대 징역 20년을 받을 수 있다면서, 벌금 및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스는 재판에 앞서 법원에 테라노스의 전 사장이자 남자친구였던 라메시 서니 발와니로부터 10년 동안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했다. 홈스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발와니가 먹는 것과 잠자는 시간, 의상 등을 통제했다”라면서 “그가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모니터링하고, 날카로운 물건을 던졌다”라고 주장했다.
WSJ는 홈스가 발와니의 학대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 사건이 정서적으로 궁지에 몰린 ‘심신미약’ 상태에서 회사를 운영하던 중 발생한 일이라고 변호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발와니에게 사기의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이에 대해 발와니 측은 “어떠한 학대에도 가담한 사실이 없다”라면서 부인했다.
앞서 홈스의 변호사는 재판에서 그녀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홈스 측은 폭력, 트라우마를 전문으로 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 민디 메카닉을 증인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