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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상압박에 대미수입 역대최대…대미 경상수지 6년來 최소

김정현 기자I 2019.06.21 12:00:00

한국은행, 2018년 중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치 발표
美 환율보고서 등으로 통상압박↑…대미 원유수입↑
대미 상품수출 역대최대 기록했지만 수입도 최대
“미국의 통상압박·환율압박 완화된 긍정 측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미국으로부터 원유와 셰일가스, 소비재 등을 대거 수입하면서 대미(對美) 경상수지가 6년 만에 최소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카드를 기반으로 한 통상압박에 상품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중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는 247억1000만달러로, 전년(249억7000만달러) 대비 2억6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181억40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최소 흑자다. 아울러 대미 경상수지는 2014년 415억달러를 고점으로 4년 연속 흑자폭이 감소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자본수지, 금융계정과 함께 국제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팔아 번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다. 경상수지에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가 포함된다. 전체 경상수지는 매월 초 발표되는 데 반해, 지역별 경상수지는 한 해 중순에 한 차례 발표된다.

지난해 대미 상품수지가 줄어들면서 대미 경상수지 전체가 줄어들었다. 대미 상품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상품수입도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상품수지 흑자가 축소됐다.

대미 상품수출은 반도체와 기계류 등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에 99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951억6000만달러) 대비 41억1000만달러 늘어난 동시에 사상 최대 기록이다.

대미 상품수입은 더 많이 늘었다. 지난해 632억5000만달러를 사들이며 전년(565억8000만달러)보다 66억7000만달러 확대됐다. 직전 최대 기록이 2017년이었는데, 1년 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미국 측의 통상 압박 영향에 대미 상품수입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난해 대미 상품수입은 원유와 가스를 중심으로 늘었다. 미국산 원유수입이 지난 2016년만 해도 1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는데, 2017년 7억2000만달러로 확대돼더니, 지난해에는 45억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산 셰일가스를 포함한 가스수입도 같은 기간 12억3000만달러→27억1000만달러→51억1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관련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미국산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이 대폭 늘었다. (2016년 27억3000만달러→2017년 60억달러) 그런데 지난해에는 미국산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48억8000만달러)은 소폭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대미 경상수지가 4년 연속 흑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가 동시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주력 교역상대국에서 경상흑자가 줄어드는 것은 부정적 요인이지만, 환율보고서를 비롯한 미국의 통상압력과 환율압력 등에서 압력이 완화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중(對中) 경상수지는 491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5년 만에 흑자규모가 확대됐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모두 개선됐다. 상품수지(460억3000만달러)의 경우 대중 상품수출이 역대최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상품수출(1415억2000만달러)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

대중 서비스수지(12억9000만달러)의 경우 여행수지(46억7000만달러)를 중심으로 개선됐다. 사드 보복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입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는 판단이다. 서비스수지에 포함된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24억5000만달러)도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썼다.

대(對)동남아 경상수지(934억8000만달러)도 역대 최대 흑자 기록을 세웠다. 상품수지(930억달러)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27억6000만달러→ -8억9000만달러)도 개선됐다. 본원소득수지(39억1000만달러)는 역대 최대 흑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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