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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연이은 한파에 설 대목마저 '凍死'

최선 기자I 2013.02.07 14:00:00

한파때문에 시장상인 상품 관리·진열에 애먹어
대형마트도 매출 감소…온라인 쇼핑몰은 쾌재

[이데일리 권욱 기자] 설 연휴를 나흘 앞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의 상점들이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최선 기자] “지난 번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적 있잖아. 그때는 이불로 채소를 죄다 덮어놓고 팔았어. 손님이 물건 찾을 때만 이불을 젖혔는데도 그 잠깐 사이에 다 얼어붙었다니까.”

겨울비가 내리던 5일 오후 7시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은 인적이 드물었다. 채소를 파는 문일옥(64)씨는 날씨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찾아온 추위에 상추, 쑥갓, 시금치 등 문씨가 파는 채소가 얼어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손님의 발걸음도 뜸해져 매출도 3분의 1로 줄었다.

과일상인 민숙자(59)씨도 추위가 걱정이다. 시장이 문을 닫는 밤 11시면 상인들은 분주해진다고 했다. “여기 상인들이 집에 가기 전이면 과일이며, 채소를 이불이랑 비닐로 꽁꽁 싸매느라 바빠. 이번 주 목요일이 대목인데 그때까지 얼지 않게 보관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어.” 빨갛게 달궈진 전기히터 앞에서 민씨는 울상을 지었다.

이번 겨울 한파와 폭설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찾는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 특히 설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고민이 깊다.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전통시장 특성상 강추위나 눈비가 닥치면 상품관리에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장을 보러 나온 손님도 줄어든다.

9일부터 이어지는 설연휴를 앞두고 장보기에 나서는 8일, 올들어 최악의 한파가 닥칠 예정이어서 시장 상인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 기온이 최저 영하 2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상인들은 대목을 앞두고 쌓아놓은 상품이 한파와 눈비에 손상을 입을까 싶어 노심초사다. 심지어 리어카와 오토바이로 집까지 물건을 실어나르는 상인들도 있다.

실내에서 손님을 맞는 대형마트들도 한파 피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저녁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롯데마트에는 손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마트를 찾은 김호영(43·제기동)씨는 “공산품이나 그날 필요한 것만 장을 본다. 예전처럼 양손에 가득 물건을 사려면 돈도 문제지만 날씨가 춥고 길이 미끄러워 가지고 돌아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월,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이상 줄었다. 이마트(139480) 13.8%, 롯데마트는 10.9%씩 매출이 감소했다. 5일 기준 설 선물세트 누계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이마트는 9.2%, 롯데마트는 4.0%가 줄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잦은 한파와 폭설에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G마켓과 인터파크(035080)의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21%, 11번가는 10%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생수나 라면같이 부피가 큰 상품들의 경우 날씨가 나빠지자 배송서비스가 제공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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