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임일곤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통과 이후 한반도에 이웃한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이 바짝 긴장하고있다. 한미 FTA는 국내에서 여야 정치권을 극한 대립으로 몰고가며 파장이 커지는 만큼 주변국들에도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는 모습이다.
중국은 담담한 듯 보이지만 속으론 동아시아 세력의 균형추가 미국쪽으로 옮겨가는 현실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방한한 리커창 부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한중 FTA를 서두르자며 압박하는 등 적극적이다. 일본은 자국에 미칠 영향을 하나씩 따지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과의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시작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한미 FTA 성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전체가 한미 FTA가 일으킨 거센 파도에 휩쓸리고있다.
◇ 中 `불편함 속의 침묵`..韓·中·日 FTA에 속도 붙일듯
중국은 겉으로는 `무표정`이다. 현지 언론들은 전날 한미 FTA가 한국 국회에서 비준된 것을 사실 위주로만 보도했다. 최루탄이 터지는 등 야당의 강한 반발이 있었고 거리에서 반대 시위가 열렸다는 설명을 붙였지만 논평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중국 정부 역시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한미 FTA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내 외교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표정이 비교적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하이 소재 한 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TPP에 일본이 가세했고 이어 한미 FTA까지 현실화됐다"며 "동아시아의 경제적 세력 균형이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의 궈셴강(郭憲綱) 부소장은 "한미 FTA나 TPP보다 한·중·일 사이의 FTA가 3국 모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통점이 많은 한국과 중국이 먼저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TPP 앞둔 日 "수출 악영향 불가피"..우려속 호들갑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왜 하필 이 시기에 한국 국회가 강행 처리에 나섰느냐`에 초점을 맞춰 "일본이 TPP 교섭 참가를 표명하자 한국이 초조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일본 언론은 자국에 미칠 구체적 영향에 주목했다. 대표적 보수지인 요미우리신문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95%의 물품 관세가 철폐되고 자동차 및 주요 부품 관세도 5~10년 안에 모두 사라진다"며 "일본 수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한미 FTA로 자동차 부품 등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이 일본보다 더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기대도 있는 반면, 농축산업과 보험 및 의료, 약품 등 서비스업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상대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선 "미국 기업 의도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 변경이 강요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이 조항은 일본이 참가키로 한 TPP에서도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