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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은 내년에야 가능..변수는 있어

정원석 기자I 2009.07.09 14:45:20

"2분기 성장세는 일과적..하반기 경기전망 불투명해"
"선진국 경기회복 확인후 정책전환 시도할 듯"
"금리인상 시기 점치기 위해선 매월 지표 흐름 주목해야"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지금으로서는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게 옳겠다고 생각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섯 달 째 2.0%에 묶여있는 기준금리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결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통화당국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때문에 경기회복의 강도와 속도가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분기에 보인 성장세 지속되기 힘들다..하반기 성장 약할 듯"

▲ 한미 기준금리 차이 (자료 : 한은. 단위 : %)

이성태 총재는 최근의 경기회복 흐름에 대해 “2분기에 1분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성장을 했다”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재정의 확대지출이든가 하는 여러가지 일과성요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요인들이 하반기에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실제로 경제전문가들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비 2%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 0.1% 성장에 비해서는 비약적인 약진이다. 하지만, 이런 지표상 개선을 본격적인 경기회복 징후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오히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경기불안 요인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상반기 지표 개선을 이끌었던 재정 확대 효과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질 수 밖에 없는 데다가, 선진국의 경기회복 기조도 탄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불투명할 경우 우리 경제 역시 기대만큼의 회복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에서 신용카드 등 소비자 금융에서의 위기 발생 가능성과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 등이 있어 하반기에도 경기지표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선진국 경제 회복되는 내년돼야 기준금리 인상 가능"

이성태 총재는 “세계 교역이 빨리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도 빨리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쯤에 선진국 경제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조금 성장세로 돌아서게 되면 우리 경제도 상황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은이 경기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점을 확인해야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 경기가 뚜렷하게 회복돼야 한은이 확장적 정책기조의 전환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대외 사정도 그리 좋지는 못하다. 경기 회복의 싹이 보이는 듯 했던 미국은 2차 부양안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확실히 회복이 안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이른 시일내에 출구전략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도 올해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 파트장은 “상반기에 보였던 아시아와 주요국 경제의 디커플링이 상당기간 이어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기존 양적완화 정책의 회수 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내년 중반기 이후에야 한은이 정책전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내년 상반기 중 선진국 경제의 회복기조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게 된다면 한은은 지난 2003년 7월에서 그 이듬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13개월 동안 3.75%를 유지한 이후, 최장기간 최저금리 수준인 2%에서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은의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경제지표 개선이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장민 실장은 “하반기에도 상반기만큼 지표 개선이 이어진다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은이 예상보다 일찍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며 “매월 발표되는 지표 흐름을 봐가며 쟁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점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韓銀 금리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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