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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통계청의 ‘2024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1.4%) 이후 3년 7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며, 1%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3월(1.9%) 이후 42개월만의 일이다.
올해 1월 2.8%을 보였던 물가 상승률은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의 강세로 인해 2~3월 한때 3%대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햇과일 출하에 따른 가격 안정세, 기저효과 속 석유류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해 지난 8월 물가는 2.0%로 둔화했고, 9월에 들어서는 1%대까지 진입하게 됐다.
연초 물가를 견인했던 신선과실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9% 하락해 2023년 5월(-0.7%) 이후 1년 4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석유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7.6% 내리며 전체 물가의 오름폭을 제한했으며, 올해 2월(-1.5%)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는 현재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9월에 비해 기저효과가 있어 석유류 가격이 많이 내렸다”며 “채소류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지 않아 1%대 진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물가의 변수로 김장철을 앞둔 채소류 가격이 떠올랐다. 채소류는 전년 동월 대비 11.5% 올랐으며, 품목별로는 배추(53.6%)을 비롯,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 심의관은 “채소 가격에 영향을 주는 날씨, 석유류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 등의 외생변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배추·무 할당관세 연말까지…외부변수 중점관리
기획재정부 역시 공급 측 요인인 외부 충격이 없다면 물가가 2% 내외 안정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올라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고,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소비자들의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1.5% 올라 2021년 1월(0.8%) 이후 44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날 새벽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습 등 중동 리스크를 대표적인 불확실성으로 거론했다. 황경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석유류의 기저효과는 10월에도 계속될 수 있지만, 중동 이슈는 불확실성”이라며 “외생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2.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외부 충격의 정도에 따라 1%대 진입 여부가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물가 수준이 높았던 만큼, 현재 1%대 물가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진행 과정이며 경기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배추 등 품목별 물가 관리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농축수산물 가격 동향 및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중국산 배추 4100t 수입을 포함, 조기출하와 생육관리로 배추 출하량을 늘리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인 배추와 무에 대한 할당관세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김장철에 주로 소비되는 굴, 새우젓 등 수산물에 대해서도 최대 50% 할인행사를 시행해 장바구니 물가를 중심으로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9월 소비자물가는 1%대에 진입해 하향 안정세가 자리 잡는 모습”이라면서도 “국제유가와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