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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과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가 지난 주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분해한 결과 7㎚ 반도체인 ‘기린(Kirin) 9000 s’를 탑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4일 보도했다. 기린 9000 s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SMIC(중싱궈지)와 손잡고 개발한 반도체다. 기린 9000 s가 스마트폰에 사용됐다는 게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지난주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고도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다.
메이트60프로가 7㎚ 반도체를 탑재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14㎚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 규제 기준보다 더 첨단인 7㎚급 반도체를 자사 휴대폰에 탑재함으로써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자급자족’ 기반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줬다.
댄 허치슨 테크이사이트 부사장은 SMIC의 7㎚ 반도체 개발을 두고 “미국의 뺨을 때렸다”며 “SMIC의 기술 개발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면 7㎚ 기술의 수율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3년간 강제로 발이 묶인 끝에 화웨이 스마트폰이 부활한 건 미국의 극단적 탄압이 실패했다는 걸 충분히 입증한다”며 메이트60 프로 출시를 치켜세웠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리서치팀은 메이트60프로가 몇 시간 만에 매진됐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7㎚ 반도체 생산능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국은 다른 나라까지 끌어들여 대중 반도체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네덜란드는 미국 요청으로 이달부터 사실상 중국에 대한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 제한에 들어갔다. 노광장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에서 노광장비 수입이 막히면 7㎚급보다 더 회로가 세밀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