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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휴업 결정' 교장 "선생님들 설득도 해봤지만 의지 단호"

이유림 기자I 2023.09.04 13:01:07

서울 천왕초교 교장 CBS 라디오 인터뷰
"젊은 교사들 차라리 다른 직장 찾겠다고"
"학생들 위해서도 재량휴업이 최선의 결정"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연가·병가 대신 다른 추모 방식을 계속 설득해봤지만 선생님들의 의지는 단호했다”며 ‘공교육 멈춤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제를 앞두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주 서울천왕초등학교 교장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특히 젊은 교사들은 징계를 하면 차라리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는다고 할 정도로 단호했다”며 “저는 학교장으로서 대부분의 교사 부재에 따른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 보호, 교육과정 파행을 막기 위한 결정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량휴업은 대체 수업일을 하루 확보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업 일수에 대한 침해는 없다”며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최선의 결정은 임시 휴업일을 지정하고 대체 수업일을 확보해서 일단 교육과정의 파행을 막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교육부가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장에 대해 파면까지 언급하는 등 중징계를 예고한 데 대해 “솔직히 많이 염려된다”면서 “개인적으로 7년 늦게 교대에 들어왔는데 정년 전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건지 생각하면 겁도 많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저는 교사를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했다”며 “재량휴업일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선생님들이 등교할지도 모르는 학교에 아이들만 등교하도록 하고 변형되니 파행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임시휴업을 결정했고 학생의 안전한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해서 오늘도 새벽 긴급 출근하고 긴급 돌봄·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점검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있다.(사진=연합뉴스)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은 서울 서이초 교사의 49재일인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서울 국회와 각 시·도 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일부 학교는 재량휴업을 결정했고 일부 교사들은 추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가·병가 낼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이달 1일에는 전북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교단의 추모 분위기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추모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교사들의 마음에 공감한다면서도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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