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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 안 했네?” 제주 오픈카 사망사건 징역 4년 확정…살인은 '무죄'

박정수 기자I 2023.01.12 11:24:13

면허취소 음주 상태로 시속 114km 급가속
“벨트 안 했네?”…여자친구 튕겨 나가 사망
1·2심·대법, 살인 '무죄'…"고의 증명 부족"
위험운전치사는 유죄 인정…징역 4년 확정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제주에서 술을 마신 채 오픈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있던 여자친구를 사망하게 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2일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살인의 고의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A씨와 피해자는 2019년 1월 5일부터 연인 관계로 지내왔는데 A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의 언행, 성격 등이 피고인과 맞지 않고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껴 2019년 2월 16일경부터 피해자에게 여러 번 헤어질 것을 요구했으나 피해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헤어짐을 요구한 A씨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으로 다툼이 종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A씨는 2019년 11월 9일 오후 4시경 피해자와 제주로 여행을 갔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경 오픈카인 머스탱컨버터블을 임차했고 A씨가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해 제주 소재 관광지 등을 방문했다. A씨는 오후 8시 40분경 렌터카를 운전해 해수욕장에 도착했고 그곳 벤치에서 오후 11시 50분경까지 피해자와 소주를 마셨다.

피해자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2시 40분경 피고인의 만류에도 자신이 운전하겠다며 이 사건 차량을 운전했고, 피해자가 제대로 운전하지 못해 A씨가 피해자에게 계속 차를 세우라고 했는데도 피해자는 이를 무시했다. 피해자가 숙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며 반대 차로에서 직진 신호에 따른 차량이 진행하고 있음에도 유턴까지 하려고 하자 결국 A씨는 피해자에게 운전석에서 내리라고 하고 A씨가 차량을 운전했다.

이후 펜션에 도착했지만 피해자가 A씨에게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해 펜션에 들어가지 않고 오전 1시경 다시 렌터카를 운전해 펜션 밖으로 나오면서 A씨는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A씨는 당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였다.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A씨는 술에 취해 운전하던 중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피해자에게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말을 했고 피해자는 “응”이라고 답했다. 이후 A씨는 차량의 주행 속도를 급가속한 상태로 차량 전면부로 고의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지붕이 열려 있는 렌터카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있던 피해자가 급가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시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약 11초 만에 펜션에서 약 174m 떨어진 지점을 시속 약 103㎞까지 급가속했다.

이후 좌로 굽은 구간이 나타나자 시속 약 72.3㎞까지 감속시킨 후 좌로 굽은 구간을 통과한 다음 약 5초 만에 시속 약 114.8㎞로 급가속하다가 재차 전방에 좌로 굽은 구간이 나타났음에도 그대로 도로 우측 인도 쪽으로 돌진함으로써 연석, 인도 옆에 있는 돌담, 2차로에 주차된 경운기를 차례로 충격했다.

충격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피해자가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갔다.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 20분경 피해자는 병원으로 후송됐고 2019년 12월 23일까지 중증 두부손상 등으로 수회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의식불명의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중 피해자는 2020년 8월 23일 오전 5시 10분경 중증 두부손상과 관련된 급사로 사망했다.

1심에서는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범죄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뒤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8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했다.

2심도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A씨에 대해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은 유죄로 인정해 원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살인 무죄 판단 부분에 대해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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