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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참여권 無 압수물…사후영장 받더라도 증거 효력 없다"

하상렬 기자I 2022.08.25 12:00:00

2016~2021년 성매매알선 혐의로 기소돼 재판行
1·2심 "징역 2년"…대법서 판결 뒤집혀
대법 "피고인 참여 기회 없었다…위법 수집 증거"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당사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압수물은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7월경부터 2021년 4월까지 출장안마 방식의 성매매알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3억6424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밀한 수법으로 성매매알선 범행을 계속했고 매우 많은 수익을 얻었다”며 “더구나 성매매방조로 이미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있고, 다른 범죄로 두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도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고,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A씨 일부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됐던 휴대전화 속 ‘엑셀파일’이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물이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어 심리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경찰은 2021년 4월 15일 A씨를 체포하면서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튿날 A씨의 휴대전화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 성매매영업 매출액 등이 기재된 엑셀파일을 발견했고, 이를 A씨 일부 혐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삼기로 했다. 경찰은 다음날 엑셀파일 등에 대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증거물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해당 엑셀파일에 대해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위법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절차가 진행됐더라도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압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를 탐색 등 하는 경우, 형사소송법상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해야 한다”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탐색된 엑셀파일을 출력한 출력물 등은 경찰이 피압수자인 피고인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탐색·복제·출력한 전자정보”라며 “피고인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거나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지에 대한 의사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한 바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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