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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해 7월 15일 새벽 1시쯤 인천 미추홀구 소재 인하대 용현캠퍼스 내 단과대학 2~3층에서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또래 여학생 A(19)씨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창 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김씨는 A씨와 주점 등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학교로 데려다 주는 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합의된 성관계인 척 상대방의 답변을 유도하는 등 불법 촬영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새벽 시간에 2시간가량 노상에 방치돼 있다가 지나가던 학생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판단,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강간 등 살인 혐의에서 강간죄는 인정되지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 중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가끔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평범한 학교 동기 사이로 지낸 A씨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삼았고 준강간 범행을 은폐하려고 인사불성의 A씨에게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녹음을 시도했다”며 “범행 후 A씨가 추락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 119나 112에 신고하지도 않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살인이 아닌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참혹한 사망의 결과는 오로지 김씨의 가학적인 성폭력 행위로 인해 직접 발생했다”며 “A씨가 추락한 때부터 약 2시간 지난 뒤 그곳을 지나던 다른 학생에 의해 발견되는 등 짧지 않은 시간 A씨가 감당해야 할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공포심과 두려움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의 고의, 조사자 증언의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