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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농심홀딩스는 고(故) 신춘호 회장과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둘 다 ‘회장’ 타이틀을 단 체제였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2003년 주식회사 농심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순수 지주회사 농심홀딩스 출범 당시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후, 2012년 말 회장으로 고쳐달았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난 29일 열린 농심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부회장은 선친 신 회장의 상주임에도 이날 주총 주재를 위해 한때 빈소를 비우기도 했다.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는 2대 주주인 쌍둥이 동생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소유한 지분(13.18%)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신 회장의 뜻인 농심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오너 2세 중 장남 신동원 부회장 체제로 일찌감치 후계 구도를 구축한 것이다.
다만 농심홀딩스 자회사 주식회사 농심의 지분 정리 문제는 남아있다. 농심그룹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대표 계열사이자 모태 기업은 주식회사 농심이다. 따라서 농심의 지분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경영을 총괄하는 후계 구도가 완성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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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신 회장이 보유한 약 990억원 상당의 농심 지분가치에 따른 막대한 상속세는 부담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지분 승계 시 최고 50%에 달하는 약 500억원의 중과세를 물어야 한다. 현재 신 부회장이 받는 보수(약 10억원)에 비해 턱없이 많은 수준이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임돼야 하는 절차도 남아있다. 신 회장은 신 회장 별세 이틀 전 지난 25일 열린 농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부회장으로 재선임됐다. 당시 투병 중이던 신 회장은 재선임하지 않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신동원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00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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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생인 신상렬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거쳐 지난 2019년 3월 농심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1년만인 지난해 대리로 승진한데 이어, 올해 초 곧바로 부장 직급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신춘호 회장의 타계로 장남 신동원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 장손 신상렬 씨도 조만간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신 씨는 현재 농심 경영기획팀에 근무하며 경영 전략 및 기획·예산 업무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농심가(家) 장남의 부자(父子) 경영을 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현재 농심홀딩스 지분 1.41%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 신동원 부회장(42.92%), 삼촌 신동윤 부회장(13.18%),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부인인 고모 신윤경 씨(2.16%), 율촌재단(2.01%) 농심근로복지기금(1.44%) 바로 뒤 6번째다. 지분이 0.2~0.3% 수준인 손위 누이 신수정 씨와 신수현 씨 등 다른 농심 오너 3세들보다 많고, 신 회장의 부인이자 신 씨의 친조모인 김낙양 씨보다도 많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