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달러 약세 국면이 길어질 수 있는 데다 외화상품들은 구조가 어려운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 싸다’…달러 예금 4조원 넘게 증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551억2200만달러(62조21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510억3000달러)에 비해 40억9200만달러(4조6200억원) 늘어났다. 올 들어 최대폭 증가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 때 원화로 받는 금융상품이다. 달러당 1130원일 때 1달러를 샀다가 이후 환율이 달러당 1200원으로 오를 때 출금하면 7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3월 1달러당 128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128.50원(23일 기준)까지 내려왔다. 201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미리 외화를 비축하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증권사를 포함한 기업들의 외화 예금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4% 이상 이상 급락하면서 달러를 팔아야 하는 타이밍을 놓친 기업들도 많은 것도 달러 예금 증가세를 키웠다.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를 품고 환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달러 예금은 달러 가치가 오르면 손쉽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따로 세금도 붙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투자 방식이다.
금융권도 잇따라 달러 상품을 내놓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6일 원화·외화 패키지 상품 가입 시 우대금리를 교차로 제공하는 NH주거래우대외화적립예금을 내놓았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일달러 외화적금’은 한달 만에 가입 계좌수 1만개, 가입금액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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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달러 투자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대선은 갈수록 바이든 후보가 유리쪽으로 흘러간다는 분석이 많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가 지난 21일 기준 사전투표 유권자의 지지 정당 정보를 공개한 19개 주를 취합한 결과, 민주당 지지자는 51.8%에 달했고 공화당 지지자는 26%에 그쳤다. 21.6%는 무당파였다.
만일 바이든 후보가 실제로 당선되면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하며 안전자산(달러) 선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바이든 후보가 예고한 대로 경기부양책을 꺼내며 돈을 더 찍어낼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선물업계 관계자는 “환테크는 전문가들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분야다. 정치적인 이슈도 많아 예상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다”라면서 “위험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해야지 환차익을 노리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화 관련 상품의 경우,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외화보험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외화보험은 총 21개인데, 이 중 90%인 19개가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외화 보험 역시 달러 약세에 힘입어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7년 323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외화보험 수입보험료는 올 상반기에만 7575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환율이나 금리 변동성이 있는 외화보험의 특성을 설명하지 않고 ‘환차익’만 강조하는 경우가 대다수란 게 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외화보험은 환율뿐 아니라 해외 채권 수익률을 기준으로 환급금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내야 할 납입 보험료가 증가하고, 하락하면 만기시 받는 보험금이 줄어든다. 해외시장의 금리가 내려갈수록 보험료 적립 이율이 낮아져 만기환급금이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화보험은 스스로 해지 시점을 조절할 수 있는 예금과 달리 만기 시점이 정해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외화보험의 보험기간이 5년 혹은 10년 이상인 장기상품임을 고려할 때, 향후 지급될 만기보험금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