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연합뉴스TV는 최 선수가 생전 사용했던 훈련일지를 입수해 그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2017년 2월 뉴질랜드 훈련 당시 작성된 일지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세가 된 최 선수가 선배 선수들의 가혹행위로 괴로워한 정황이 그대로 남았다.
일지에는 새벽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운동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됐고, 그 사이 벌어진 가해행위도 설명됐다.
수영 훈련을 설명한 한 대목을 보면 최 선수가 가해자 중 1명으로 지목된 남자선수 A씨가 “수영 열심히 잘하고 있었는데 지나갈 때마다 발을 잡아당겼다”고 기록했다. 최 선수는 이후에도 A씨가 “자기가 잘못해서 욕먹어놓고 괜히 나한테 화풀이했다”며 자신을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최 선수는 “너무 힘들다”며 “자꾸 정신병 도졌냐는데 정신병 안 걸리는 사람이 신기할 정도”라며 훈련 생활의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대목에서 최 선수는 “욕을 밥보다 많이 먹으니 배가 터질거 같다. 뇌도 같이”라며 폭언을 견디기 어려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선수는 일지 한켠에 “왜 살까, 죽을까 뉴질랜드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지”라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적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최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선배 선수들은 모두 가혹행위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시체육회 역시 진술이 지나치게 엇갈린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등 40여개 스포츠·시민단체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선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요청에 답하기 위해 모인 단체’라는 이름 으로 모인 이들은 최 선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며 독립성·전문성·책임성·신뢰성이 보장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것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