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박근혜 정부가 복지공약 등 국정과제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한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정작 정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SOC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토교통부는 “우리나라 도로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 수준”이라며 정면 반박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우리나라의 각급 도로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국 도로연장은 10만5703㎦로 국토면적과 인구를 모두 고려한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은 1.49로 조사됐다. OECD 34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30위 수준으로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이 3.75인 미국의 40%, 5.33인 일본의 27%에 불과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전국 도로연장은 지난 2008년 이후 1.4% 증가에 그쳤다고 국토부는 덧붙였다.
국토부는 매년 발표하는 자료인 만큼 최근 기재부의 방침과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당장 SOC 예산을 삭감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사회 인프라를 구성하는 도로, 철도 등을 짓는 것 자체가 복지와 동떨어져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선진국과 도로보급률을 비교하면 국내 사정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하위권”이라며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최근 공약 이행 재원 135조원 중 82조원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오는 31일 국회와 협의를 거쳐 공약가계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가 내놓을 방침의 핵심은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특히 도로와 철도 등 그동안 투자가 집중됐던 SOC 사업을 구조조정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물론 국회와 각 지자체에서도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 역시 최근 국제 자동차 안전기술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재부의 SOC 예산 감축 방침에 “일률적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기재부의 방침을 에둘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