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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학입학설명회 아니죠, 취업박람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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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I 2012.11.23 18:02:33

교복입은 학생들로 인산인해
2012 공공기관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전기(전자·기계) 2반!” “우리 반!”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한 남학생이 우렁차게 소리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반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목소리다.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리는 ‘2012 공공기관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에는 유난히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은 학교에서 교사가 이끌고 나온 학생들로 내년 취업 대상자가 될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주를 이뤘다.

국내 유일의 의료 마이스터고인 강원 원주의료고등학교 2학년 교사 김지영(43·가명) 씨는 “이틀 간 총 149명의 학생들을 나눠 데리고 올 계획”이라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 고졸 채용이 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 이리로 오세요”..고졸채용특별관

고졸채용특별관에서 구직자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발길을 이끈 것은 다름아닌 ‘고졸채용특별관’. 특히 공공기관 중에서도 단연 인기 최고인 한국전력공사 부스에는 면담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고졸취업자 대표로 직접 나와 면담을 진행한 김시연(19·가명) 씨는 올 하반기에 청년인턴으로 5개월 이상 근무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채용확정형 인턴’으로 들어와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야되는지, 면접 질문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마친 한지민(18·가명) 학생은 “직접 고졸로 취업한 분에게 상담을 받으니 현실적으로 뭐가 필요한 지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인 일산 국제컨벤션고등학교 2학년 교사 안지민(44·가명) 씨는 5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나왔다. 안 씨는 “고졸이라고 해도 공공기관에 입사하면 초봉이 2400~2700만원 수준으로 대졸과 큰 차별이 없고, 안정적이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선호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1차 서류에서 내신 성적이 많이 반영되는데 대학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내신을 얼마나 관리했겠느냐”며 “공공기관들이 서류에서 통과를 많이 시킨 후 필기시험이나 면접에서 걸러낼 수 있는 채용방식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불만도 나왔다. 경기기계고등학교 2학년인 김형준·주태현(18·가명) 학생은 “기계직과 거리가 먼 사무직·회계직 위주의 채용 내용들이 많아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도 얻지 못했다”면서 “특히 대학을 나와야 취득할 수 있는 기사 자격증 등을 많이 요구하는 것 같아 고졸 차별의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모의면접 북적..“모의면접 아닌 컨설팅 수준” 기대 못미치기도

이날 다수의 구직자들을 사로 잡은 건 또 있었다. 바로 ‘모의면접’ 부스. 총 10개 부스에서 15명의 컨설팅 직원들이 진행하는 모의면접에는 많은 학생들이 차례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자 김희영(32·가명) 씨는 행사가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12시30분까지 약 200~300명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구직자들은 취업을 선호하는 공공기관 3곳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취업 시기, 선호하는 근무지, 상담받고 싶은 내용 등을 미리 적어 제출한 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담을 받았다.

원어민이 진행하는 영어 모의면접에 참여한 구직자, 최수연(25·가명)씨는 “공공기관 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도 준비하고 있는데 원어민에게 직접 상담을 받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잖은 실망감을 쏟아내는 구직자도 더러 있었다. 면접에 참여한 고명순(25·가명) 씨는 “모의면접이라기보다 컨설팅 수준”이었다며 “들어가고 싶은 기업들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지만, 자기소개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식의 기대했던 모의면접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23일 ‘공공기관 열린 채용정보 박람회’ 행사장 입구에서 구직자들이 등록접수를 하고 있다.
참가자 많은데 진행, 안내는 어수선..‘보여주기’식 지적도

일각에선 진행 방식과 홍보 관련한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됐다는 한태영(25·가명) 씨는 고용보험관리공단 소개로 박람회를 찾았지만 “행사장이 굉장히 어수선한데 입구에 제대로된 안내가 없다”며 “어떤 흐름으로 곳곳을 둘러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박람회 대상자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일부 시민의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했다. 올해 예순 살로 재취업을 희망한다는 서영택(가명) 씨는 “지하철 광고를 보고 왔는데 나 같은 사람들은 대상이 아니더라”며 “헛걸음을 했지만, 온 김에 관련 정보를 얻고 싶었는데 젊은 친구들의 면접시간을 뺏는 것 같아 그냥 가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창훈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그리고 다른 두 명의 공공기관 취업자가 패널로 참가한 ‘토크 콘서트’는 청중들로부터 즉석질문을 받아 진행되기보단 미리 세 개의 질문을 녹화한 동영상으로 대체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한편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내년 공공기관 취업자 가운데 20% 이상을 고졸자로 뽑고자 한다”며 “그 비중을 차차 늘려 2016년까지는 정원의 40%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졸적합업무를 구분해 채용하는 것과 관련, “고졸에 적합한 업무가 대졸자와 다르다는 것 자체가 학력 차별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다 평가해 개선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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