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구경민 기자] 직장생활 7년차인 김 모씨. 그는 지난 2007년 한달에 50만원씩 투자하는 국내 적립식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펀드에서 50% 가량 손실을 봤다. 이후 최근 원금을 회복하자마자 그는 바로 펀드를 환매했다. 김씨는 다시는 펀드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강남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 모씨는 삼성생명이 상장하기 전 이 회사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돈을 넣었다. 이씨는 1년만에 두배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 최근 삼성생명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것을 보면서 그는 청약보다 사모펀드를 택한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씨는 이후에도 비상장 우량 주식에 대한 사모펀드와 스팩(SPAC)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면서 쏠쏠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는 지금도 사모펀드 투자 발굴에 여념이 없다.
이처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사모펀드는 기관투자가나 거액 자산가들 중심으로 조성되며 공모펀드는 일반인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공모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더이상 공모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손실 회복이 되는 즉시 펀드를 환매, 안전자산인 은행 적금이나 CMA 등에 돈을 예치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큰손들은 사모펀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수요 증가에 따른 다양한 사모펀드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사모펀드 수가 공모펀드 수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사모펀드 수는 6385개로 공모펀드 3707개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가 4500개 정도로 비슷했으나 올해부터 사모펀드 수가 급증하면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향후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은 "지난 2007년까지는 사모펀드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공모 펀드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큰 손들 위주로 사모펀드 형성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팩, 공모주, 한국물 채권, ELS 사모펀드 등 고객들에 니즈에 맞는 `맞춤형` 사모펀드들의 수가 현재 PB 내 전체 펀드 중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늘자 투자대상 확대 방안과 규제 완화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기업 구조조정용으로 상장사 경영권 인수에만 국한됐던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투자영역을 벤처캐피털, 부동산, 주식회사 지분 등으로 전면 확대하고 차입 한도도 400% 이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사모펀드 투자자 요건도 자본시장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문투자자 이외에 일정한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사모적격 일반투자자 49인 이내로 완화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산업부 본부장은 "공모펀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사모펀드 시장을 간접투자 시장으로서 키워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규제완화와 투자대상 확대를 통해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