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이후 삼성 움직임, 3가지 포인트는?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혐의에 대해 원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삼성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졌다.

이건희 회장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의 '근원'인 CB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불법이라고 판단내림에 따라 삼성으로서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물론 삼성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다시한번 법적 다퉁을 벌일 기회가 있다. 또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의 CB발행 결의가 무효가 돼도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CB발행 자체를 되돌리기 어려워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긴 하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 보면 지주회사격으로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에버랜드에 대한 이 전무의 지배력 자체에 대한 법적 하자가 지적됐기 때문에, 이대로 슬쩍 넘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삼성은 이날 항소심 판결 이후 "무죄를 확신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상에 큰 변화가 없지만 치명적인 '도덕성'위기를 겪게 된 삼성으로서는 이같은 딜레마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편으로는 검찰이 그룹 수뇌부의 공모여부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이건희 회장의 소환여부도 앞으로 추가쟁점이 될 전망이다.

◇포인트1=경영권 승계 순조로울까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이재용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을 반환시키기 는 힘들 전망이다.

법조계와 경제개혁센터 등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주주들이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에버랜드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없어 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에버랜드 지분은 이건희 회장 3.72%을 포함해 자녀들인 이재용 25.10%, 이부진 8.37%, 이서현 8.37%씩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카드도 25.64%, 제일모직 4.0%, 삼성SDI 4.0%, 삼성전기 4.0% 등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보유지분이 90.23%에 달할 정도다.

설령 이재용씨 보유지분은 반환시킨다고 할지라도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력이 막강해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2=검찰, 삼성 경영진 수사확대할까

삼성그룹은 그룹 차원의 공모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하지 않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이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방침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검찰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CB 발행 당시 그룹의 사령탑은 회장 비서실이며, 비서실장은 현명관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었다. 또 현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와 김인주 사장도 당시 회장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비서실 재무라인의 핵심 인물들 이어서 수사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검찰은 변칙증여가 불법행위로 판명된 만큼 당시 그룹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번 항소심에서 법원이 배임죄 입증과 무관해 공모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검찰의 재수사를 암묵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3=삼성, 도덕성 위기 대응방안은

삼성은 사실상 상고를 통해 대법원까지 갈 준비를 마쳤다.

이미 항소심 판결에 따른 시나리오를 작성해 뒀던 만큼, 유죄판결에 따른 시나리오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도덕성 시비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자금융통에 긴급한 사정이 없는데도 이건희 회장의 자녀인 재용씨 등에게 CB를 넘긴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용씨의 CB 전환을 통한 지배력 확보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명확하게 지적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따라 삼성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는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에버랜드 CB 발행, X-파일 사건으로 삼성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2.7선언을 통해 국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또 에버랜드 CB 발행으로 인한 부당이익 취득분 800억원을 포함 8000억원 상당의 사회공헌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재벌이 저지른 잘못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일각의 냉담한 반응도 있었던 터라 향후 대응방안에 더욱 고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