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기자] 달러/원 환율이 나흘만에 소폭 반등했다. 엔/원도 800원대를 다시 회복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뉴센추리 파이넨셜이 투자은행들의 환매요구에 응할 자금이 없다고 밝히면서 엔 캐리 청산우려가 재부각됐고, 달러/엔이 급락하자 원화를 팔아 엔화를 사려는 달러 수요가 일부 되살아났다.
수급적으로도 중공업체 물량이 잠잠해진 반면, 결제수요와 함께 역외매수가 유입되며 롱 플레이가 다소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도 944~945원선의 좁은 등락에 그치며 박스권 흐름이 이어졌다.
13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0.6원 오른 944.60을 기록했다. 엔/원도 804.7원 중반까지 올랐다.
◇달러/원 944~945원선 의미없는 등락
이날 달러/원 환율은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곧바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파산설이 돌고 있는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NEW)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현금 등 유동성이 고갈돼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의 채권 환매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 영향으로 달러/엔 환율은 117엔선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엔화가 급락한데 따른 추가 움직임이 제한되며 944원에서 달러/원 역시 오름폭이 제한됐다. 역외 쪽 사자가 다소 우세했지만 거래가 전반적으로 한산했고, 박스권에 대한 인식이 이날도 강하게 유지됐다.
한때 945원선을 돌파한 환율은 결제수요가 강해지며 946원선을 노크하기도 했지만 추가상승이 막히자 포지션을 일부 정리하는 흐름이 나타나며 다시 오름폭을 축소, 전반적으로 지루한 박스권 등락에 그쳤다.
엔/원의 경우 달러/엔이 급락한 영향으로 805원선까지 올라섰다.
◇좁은 박스권 흐름 지속
940원 중심의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특별한 모멘텀이 여전히 부족해 당장은 방향을 잡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시장 참가자들도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마디로 945원선을 배회한 장이었다"며 "전반적으로 945원 위에서 롱을 잡기에는 불안해, 네고물량 때문에 결국 밀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930원선에서 정체됐던 장이 그대로 940원선으로 옮겨왔다는 시장의 평가가 딱 맞는 것 같다"며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전체적인 수급만 놓고 본다면 역외매수가 들어오면서 오른 장"이라며 "그러나 결국 박스권이 유지됐고, 당분간 변동성 감소와 함께 좁은 등락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저점 확인 정도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파장 해석 제각각..영향은 제한될듯
한편, 밤사이 달러/엔 하락을 촉발시킨 미국 서브프라임 우려에 대한 방향성 전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앞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달러/엔 급락으로 달러/원이 올라갈 만한 장은 아니다"며 "엔 캐리 청산으로 엔화가 강세로 간 게 아니라 미 서브프라임 부실위험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달러가 약세로 갔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여타 통화들도 강세로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장중 환율이 오름폭을 축소한 것도 비슷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파급의 경우 자금이 다소 양분돼 있는데 리스크 측면과 대기유동성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론적으로는 달러 약세로 안전자산 선호가 생기면 기회가 될 때마다 엔 캐리 포지션을 청산하겠지만, 일본계 자금의 경우 저가매수세를 감안하면 급락을 이용해 다시 싸게 사려한다"고 말했다.
◇주요지표
이날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쳐 74억785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평균기준 환율은 944.80원에 고시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66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오후 4시9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17.30엔선이고 엔/원 환율은 100엔당 805원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