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국가주석 2명 줄사임…베트남에 무슨 일이

박종화 기자I 2024.03.21 11:06:35

트엉 주석, 취임 1년 만에 ''당규 위반'' 이유 사의
친척 등 뇌물수수 의혹…지도부 개편 노린 권력투쟁 해석도
"정치적 불확실성 커지며 투자자 심리 취약해져"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베트남 권력서열 2위인 국가주석에서 1년 만에 두 명이나 낙마했다. 낙마 배경을 두고 부패 문제와 권력 투쟁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리더십 혼란이 베트남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사진=AFP)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은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당규를 위반했다며 그의 주석직 사임을 수용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외교·국방을 총괄하는 국가주석은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베트남 국가서열 2위다. 베트남 국회는 21일 트엉 주석의 사직을 처리할 예정이다.

트엉 주석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했다. 당시 52세로 베트남 역사상 최연소 국가주석었다. 하지만 1년 만에 그는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그의 전임자였던 응우옌 쑤언 푹 전 주석도 임기를 3년 앞두고 지난해 사임했다.

베트남 공산당은 트엉 주석이 구체적으로 어떤 비위를 저질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엉 주석이 과거 공산당 간부를 지냈던 꽝응아이성과 호찌민시는 각각 부패 문제와 초대형 금융 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트엉 주석의 친척도 600억동(약 32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그러잖아도 최근 베트남은 쫑 서기장 주도로 강력한 반부패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부패 문제 등으로 옷을 벗은 베트남 공무원은 4만명이 넘는다. 응우옌 깍 장 연구원 싱가포르 유소프이샥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트엉이 부패 문제로 사임할 수밖에 없었을 공산이 크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푹 주석도 표면상으론 건강 문제를 주석직을 관뒀지만 부패 문제로 측근들이 해임된 책임을 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엉 주석 사임에 권력 다툼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장 연구원은 트엉 주석의 사임이 내부 권력 투쟁의 시작일 수 있다며 2026년 차기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권력 다툼이 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엉 주석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최측근으로 올해 79세인 쫑 서기장의 후계자로도 거론됐다.

2년 연속으로 국가주석이 중도하차하면서 베트남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한 베트남 주재 외국기업 관계자는 “트엉 주석 사퇴로 반부패 캠페인에 대한 공무원들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책·행정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호앙 비엣 푸옹 SSI 증권 리서치 총괄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심리가 취약해졌다”고 했다.

차기 국가주석으론 또 럼 공안부 장관과 쯔엉 티 마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누가 국가주석이 되더라도 2026년 신임 지도부 선출 전까지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