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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2008년 10월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단속에 적발됐다. 사건을 맡은 C 검사는 B씨의 음주운전 공소사실에 대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해 달라는 약식명령을 청구할 셈이었다. 그런데 C 검사는 엉뚱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기재했다.
C 검사는 그해 11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면서 B씨가 아닌 동명이인인 A씨의 주민등록번호 및 등록기준지를 기재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는 약식명령을 발령했고, 해당 명령은 2009년 1월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10여년이 지난 2020년 8월 대검찰청 비상상고로 대법원 심리를 받게 됐다. 비상상고는 형사 확정판결에서 법령이 위반된 사실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대법원은 2년여간의 심리 끝에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소장에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잘못 기재한 채 약식명령을 청구해 당사자의 표시상 착오가 있는 경우 그 공소장에 기재된 사람에게는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며 “법원으로서는 형식상 또는 외관상 피고인의 지위를 갖게 된 자에게 적법한 공소의 제기가 없었음을 밝혀주는 의미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피모용자의 불안정한 지위를 명확히 해소해 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해 이 사건 공소제기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원으로선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조치 없이 약식명령이 그대로 발령·확정됐다면, 이는 법령에 위반된 것이고,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때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