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보조금관리법, 업무상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점이 된 동양대PC에 대한 증거능력을 원심 판단 그대로 인정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제3자가 임의제출한 PC 등 정보저장매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집행과 마찬가지로 전자정보 주체인 피의자에게 참여권 보장 등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한 후 동양대PC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에 관심이 쏠렸다.
◇대법 “임의제출 판례와 다른 케이스, 증거능력 인정돼”
하지만 대법원은 전합 판례를 적용해도 동양대PC 증거능력 인정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대법원은 “임의제출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의 피의자 참여권을 주장하기 위해선 현실적 지배·관리 상태와 그 내부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의 보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당 PC는 동양대 측이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어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해 포괄적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고 있었다”며 “정 전 교수가 실질적 피압수자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양대PC에 대한 정 전 교수의 현실적 지배·관리 상태와 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방에 관한 관리처분권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정 전 교수 소유·관리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참여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조국 부부 1심 재판부의 판단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재판에서 대법 전합 판결을 근거로 동양대PC와 조 전 장관 자택 서재 PC, 조 전 장관 아들 PC에 대해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검찰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재판부가 기존 결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 부부 1심 재판도 조만간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검사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대법 판결에 대해 “ 더디고 힘들었지만 결국 정의와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진실은 하나고 각자 죄에 상응하는 결과를 위해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수사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교수는 자녀의 대학교 및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의 인턴경력을 부풀리거나 위조한 후 이를 입시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기소된 허위 스펙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단국대 의대 인턴 및 논문 1저자 등재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 인턴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동양대 봉사활동 표창장 △동양대 영어영재센터 보조연구원 등 총 7개다.
이들 스펙은 딸 조민씨의 서울대·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실제 사용됐고,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업무방해와 위조사문서(공문서)행사 혐의 등도 적용했다.
입시비리 외에도 딸을 동양대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록해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연구보조원 수당 320만원을 지급받은 혐의도 받는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고,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비서관 임명 이후에 백지신탁의무 등을 피하기 위해 동생과 지인들 명의로 금융투자를 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1심은 조씨의 ‘7대 스펙’ 전부를 허위로 판단하는 등 주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 추징 1억 39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주요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WFM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유지한채 벌금과 추징금을 각각 5000만원과 1000여만원으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