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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신격호, 뜨거운 열정으로 한계를 넘다

윤정훈 기자I 2021.11.01 11:12:47

신격호 롯데 창업주 탄생 100주년 맞아 기념관 열어
사업보국 정신으로 한국과 일본에 유통 대기업 일궈
롯데월드 타워는 한국의 랜드마크 만들기 원했던 신 회장의 숙원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오는 3일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명예회장)는 맨손으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에 걸쳐 ‘롯데 왕국’을 건설한 입지전적인 기업인이다. 신 명예회장은 평생을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가면서 경영을 펼친 까닭에 ‘대한해협의 경영자’ ‘신(神)격호’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롯데그룹은 1일 신 명예회장의 100주년을 기념해 ‘신격호 기념관’을 오픈하고 흉상을 제작해 열정적인 그의 도전 정신을 기렸다.

젊은 시절의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사진=롯데지주)
◇단돈 83엔으로 사업 시작해 재계 5위 롯데그룹 일궈낸 기업가

신 명예회장은 1942년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간 후에 1949년 츄잉껌이 히트를 치면서 제과업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캔디 등에 차례로 진출해 롯데를 일본 최대 제과업체로 발전시켰다. 1967년에는 자본금 3000만원으로 국내에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한·일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롯데제과를 설립 당시 신 명예회장은 “기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뜻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우며 국가 경제개발에 열정을 다했다. 이후 호텔롯데, 롯데칠성음료, 롯데자이언츠, 롯데삼강, 롯데쇼핑 등을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신 명예회장은 사업을 확장함에 있어 잘 아는 분야에만 승부를 걸었다. 한번 시작한 사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키우고 다른 부분을 엿보지 않았던 것은 신 명예회장의 경영 소신이다. 생전 신명예회장은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에 빚을 얻어 사업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래 사업 계획을 강구해서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2011년 롯데월드타워 부지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있다. (사진=롯데지주)
◇이윤보다 국격이 우선…30년만에 완성한 초고층타워

롯데월드타워는 신 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다. 한국을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 랜드마크 도입을 강조했고 30년간 사업 추진 끝에 2017년 완공됐다. 높이 555m,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고 세계에서는 다섯번째로 높다.

롯데월드타워는 1987년 신 명예회장이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된후 30년 만인 2017년 개장했다. 1980년대 반대를 하던 임직원을 “세계 최고의 무엇이 있어야 외국 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도 신 명예회장의 당시 심경이 나와 있다. 그는 “롯데월드타워를 짓는 동안 ‘몇 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꽤 많았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회수 불가. 이윤 창출 관점에서 보면 이는 기업인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같다. 나의 셈법은 조금 다르다. 서울의 품격을 높이고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도 최초에는 반대에 부딪쳤던 사업이다. 겨울철 온도가 매우 추워 테마파크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명예회장은 한겨울에 직접 캐나다 에드먼턴으로 날아가 테마파크를 눈으로 확인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신 명예회장은 “에드먼턴에 가니 주말이면 10만 여명이 거대한 유리천장 아래서 테마파크를 즐기고 있었다”며 “황량한 잠실이 꿈의 공간으로 변하는 장면이 어른거려 가슴이 설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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