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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련 태경그룹 회장은 2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독일 심라이즈(Symrise)가 석권하는 친환경화장품 소재 ‘헥산디올’ 시장에 진출했다”며 “기초 소재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협력해 사업군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끄는 태경그룹은 1975년 설립한 태경산업(옛 한국전열화학공장)에 뿌리를 둔 중견그룹이다. 합금철과 중질탄산칼슘(GCC) 등을 만드는 태경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태경케미컬, 석회석 가공회사 태경BK, 산업용 전구·발광다이오드(LED)를 생산하는 남영전구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계열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철강이나 반도체, 제지 등 국가기간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국내에서는 경쟁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제지 공정 핵심 소재인 중질탄산칼슘의 경우,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 오미야(Omya)도 진출하지 못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은 5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3월 타계한 고(故) 김영환 회장의 외동딸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무기화학계열 기초 소재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화장품, 친환경 소재 사업을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그는 “태경그룹은 해외에 의존하던 기초 소재를 국산화하면서 성장해온 기업”이라며 “현재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화장품 소재와 함께 미래먹거리인 친환경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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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그룹은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사업에도 잰걸음이다. 회사는 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생석회와 합성해 탄산칼슘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합성한 탄산칼슘은 건설·토목·제지 등 여러 산업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신선식품 배송이 늘면서 사용량이 급증한 드라이아이스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계열사 태경케미컬은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중순도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드라이아이스를 만들 수 있는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면 공장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배송에도 필요한 냉매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량이 크게 늘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관측이다. 그는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면 이 역시 콜드체인 형태로 배송해야 한다”며 “드라이아이스 수요 증가를 대비해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가 촉발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선도 기술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공급망 차질을 막는 데 급급하기보다,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소재·부품을 발굴하고 고도화해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기초 소재·부품 경쟁력은 오랜 기간 연구개발을 통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짜고 산업을 육성해야 외국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모든 기업의 미래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과 인수합병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전 세계적인 ‘소재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기술 로드맵으로 기초 소재 세계 1위 기업을 목표로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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