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문제가 발생했던 3라인과 거의 흡사한 공정의 5라인을 백혈병 관련 유족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 포함 역학 재조사 할 것"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사장은 15일 경기 용인시 삼성 기흥반도체 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에서 "그동안 두 차례의 역학 조사와 컨설팅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반도체 공정과 백혈병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재조사와 유가족에 대한 라인공개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컨소시엄에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등 시민단체가 추천한 전문가도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조 사장은 "이번 컨소시엄은 학술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구성할 것"이라며 "시민단체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추천한다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은 재조사의 구체적인 시기와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그동안 시민단체가 꾸준히 요구해왔던 백혈병 관련 유족 등에게 5라인을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조 사장은 "적정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유족 등에게 라인을 공개할 것"이라며 "3라인 당시에 사용됐던 설비 등도 당장 사용할 수 있게 보존해놨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백혈병 관련 각종 의혹 적극 해명
조 사장과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삼성전자 임원들은 그동안 제기돼왔던 백혈병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반도체 제조공정 중 발암물질인 벤젠성분이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 조 사장은 "국내·외 분석전문기관들에 재확인 결과 기화 벤젠성분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감광액에서는 일부 검출되기도 했지만, 작업환경과 연관된 벤젠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발암물질인 산화에틸렌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식각이든 어떤 공정에서든 이 물질을 사용한 적 없다"며 "부대설비의 부동액 등으로만 사용하는 물질로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근무환경에서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방사선 설비의 안전장치인 인터록을 해제하면 전원이 꺼져 이를 해제한 상태에서 작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호용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맨손이나 면장갑을 낀 손으로 약품을 만졌다고 주장하는데, 폴리장갑 등 보호용구 없이 약품을 만지면 바로 화상을 입기 때문에 약품을 만질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 삼성-시민단체 입장 평행선 달려
삼성전자는 이날 내외신 기자 70여명에게 클린룸 전 공정을 포함한 반도체 5라인과 S라인 등 2개 라인을 공개했다.
반올림 등 시민단체들이 고 황민웅 씨, 고 황유미 씨 등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발병 원인을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의 문제라고 끊임없이 지목해오자, 역학조사와는 별개로 라인 언론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시민단체들과 유족들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현직 노동자 22명에게서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암질환이 발병했고 이중 9명이 숨졌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던 박지연(23)씨가 숨지면서 논란이 가열돼 왔다.
반올림 측은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률이 일반인의 1.4배"라면서 "보호용구가 허술했고,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들이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반도체 공정에 대한 언론 공개가 임기 응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재조사 등을 공언했지만 의혹이 모두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또 이날 삼성전자가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