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옥희기자] 중국이 무섭게 내달리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 일본이나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었던 중국이었지만 개방개혁 조치이후 일각의 우려를 씻고 가파른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내부의 많은 문제로 인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서방 제국들이 걱정하던 `황색바람`은 예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제부 박옥희 기자가 중국의 최근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10일 새벽 4시.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시각이었지만 중국 충칭의 까르푸 매장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오전 8시40분쯤 할인점이 개장하자 문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앞다투어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모두 경쟁적으로 달려가 노리던 물건들을 빠르게 낚아챘다. 와중에 일부가 넘어지고 깔렸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몰려드는 인파 속에 3명이 압사하고 31명이 다쳤다. 평소 51.40위안(7달러)하던 5리터짜리 식용유를 22%(1.55달러)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 때문에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도대체 중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11년래 최대폭으로 상승했다고 하지만 식용유 하나 사겠다고 몰려든 인파 때문에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각종 물질로 음식과 장난감을 만들어 버젓이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껴안고 있는 후진국 같아 보입니다. 빈부격차, 불안정한 식품위생과 보건, 환경오염, 지역간 불균형 개발 등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강대국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미국에 맞서는 군사력과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세계 최대의 인구와 풍부한 자원 등을 감안하면, 선진국으로 부르긴 힘들더라도 `강한 나라`라는 사실까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는 뒤떨어져 있던 경제 분야에서도 서방 국가들을 맹추격하며 `강대국` 반열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큰 덩치와 핵무기 때문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면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이달 초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페트로 차이나는 상장 첫날 단숨에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IT 기업들도 뒤쳐지지 않습니다. 중국 최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닷컴과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 등 중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밝은 전망에 힘입어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가 모두 이 기업들의 잠재적인 고객입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1조43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은 중국에게 막강한 권력을 쥐어주었습니다. 중국 당국자의 발언 한마디에 전세계 외환, 주식, 채권시장이 덜썩입니다. 충분한 실탄이 이미 쌓여있고,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어서 원자재든, 기업이든 못 사들일 게 없어 보입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해외기업들을 M&A 하는데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금융기관들이 세계로 확장해 나가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수의 중국 은행들이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본토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혹은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은 많은 부문에서 후진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대국을 넘어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경제와 금융 부문의 발전상이나 영향력은 서방 선진국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1800년대 말 일본의 약진에 위협을 느낀 서방 제국들은 황색인종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황화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최근 중국의 비약을 걱정하는 서구 학자와 언론들은 또 다른 `황화론`을 끄집어내 잔뜩 경계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황색 바람은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미래형이 아니라 `이미 불고 있는` 현재 형으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추세를 볼 때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 또는 만만한 수출시장이란 딱지를 떼고, 위협적인 사냥꾼이나 금융시장의 강자로 선진국들과 치열한 각축을 벌일 날이 머지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