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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교통카드 못사?”…日갈라파고스 반도체 기준 때문

정다슬 기자I 2024.08.02 16:05:43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판매 중단됐으나
반도체 상황 개선된 이후에도 여전히 판매 재개 안해
펠리카 기술, 日에서만 쓰여 생산 비용 높아

스이카 카드(사진=JR히가시)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지하철 교통카드가 1년 넘게 판매가 중지된 배경에는 일본의 갈라파고스 반도체 환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2일 일본 JR히가시의 교통IC카드 ‘Suica’가 판매가 정지된 지 1년이 지났다고 밝혔다. 도쿄 지하철이 운영하는 여러 사업자가 공동 발급하는 교통IC카드 ‘파스모’도 2023년 6월 8일 무기명 카드를, 같은 해 8월 2일 기명식 카드 신규 발행을 각각 중단했다.

중단 이유는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의 영향으로 카드 제조에 필요한 IC칩 입수가 어렵다”는 것이었지만, 미국 반도체상사 소스엔진에 따르면 이미 반도체 부족 현상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통신용 등 아날로그 반도체의 평균 납품기간은 2023년 1~3월동안은 30~50주까지 걸렸으나 2024년 4~6월에는 17~34주로 줄어들었다. 공급은 안정되고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이다. 다른 반도체상사도 “근거리 무선통신용 반도체칩에 한해서도 공급체제는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원인은 스이카와 파스모가 채용한 통신기술 ‘펠리카’(FeliCa)에 있다고 지적한다. 펠리카는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속도는 0.1초로 빨라, 혼잡한 개찰구에서 사용하기 적당하나 비용이 비싸 해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해외 반도체 메이커 마케팅 담당자는 “펠리카에 대응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은 있으나 시장이 작아 채산이 안맞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펠리카에 대응하는 반도체는 일본 대기업들이 만들어왔다. 문제는 일본 대기업들이 하나둘 이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지쯔는 2021년 8월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 했고, 도시바도 IC카드를 위한 반도체 생산을 중단했다. 파나소닉은 2000년 9월 반도체 사업을 대만 반도체 대기업 누보톤에 매각했다. 누보톤은 “교통IC 반도체는 제작하고 있으나, 개별적인 계약상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펠리카 대응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기업은 사실상 1개라는 것이 국내 반도체 상사의 전언이다.

JR히가시는 “카드 제조사에서는 반도체 부족이 개선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파스모 역시 “반도체 부족 상황이 해소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제조량이 감소돼 생산 라인이 확보되지 않아 안정적인 판매가 어렵다”고 밝혔다.

지방의 교통IC카드나 이온 그룹의 전자머니 ‘WAON’도 펠리카를 치용한 카드지만, 신규 발행이 가능하다. 카드 제조사 담당자는 “펠리카 대응 반도체는 가격은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은 정상화되고 있다”며 “스이카와 파스모는 다른 카드에 비해 신규 발행 수요가 많아 카드 재고가 일정 수준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이카와 파스모의 신규 발행이 중지되면서 가장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은 외국인 방문객이다. JR히가시는 방일 외국인용으로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스이카(웰컴 스이카)를 발행하고 있지만 구매처는 하네다 공항이나 나리타 국제공항 등에 한정된다. 실제 국내 일본 여행 카페에는 스이카와 파스모의 판매 중단에 대응하는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닛케이는 이번 기회에 스이카와 파스모가 IC카드 발행을 중지하고 모바일로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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