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집구하기 비하인드 스토리②] 선유도 일대, '나홀로' 직장인 거주지 '매력'

김성훈 기자I 2014.10.23 11:18:10

2009년 지하철 9호선 개통후 발달
여의도, 인근 직장인 거주하는 1인가구 마을 형성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서울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 거리.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다음 역은 선유도, 선유도 역입니다.”

김포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 있던 중년 부부가 선유도에 지하철 역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 하는 눈치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에 내리니 나들이 온 가족·연인들이 보인다. 선유도역 2·3번 출구에서 선유도 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500m의 2차선 도로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등 상권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선유도역은 2009년 7월 4일 개통됐다. 지하철 개통은 나들이 명소인 선유도 공원으로 통하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했다. 여기에 각종 매체에 노출되면서 선유도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 나혼자 사는 가구의 마을에 가다

거리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혼자 책을 보거나 컴퓨터 하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띈다. 인근 S공인중개사 대표는 “여의도와 가까워 그 지역에서 일하는 1인 가구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내 투자 회사에 재직 중인 이모(29)씨는 “회사와 가까워서 이 곳에 방을 구했다”며 “인근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꽤 있다”고 설명했다.

선유도 공원 방면으로 이어지는 2차선 뒤쪽으로는 원룸 건물들이 밀집돼 있다. 대부분 5~7층 원룸 건물들로 5층을 기준으로 엘리베이터의 유무가 나뉜다. 선유도역의 시세는 시설·위치·전용면적에 따라 편차가 심한 당산역과 비교하면 간단하다. 전용면적 16.5㎡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보증금 2000만원, 월세 35만원), 전용 23.1㎡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만원(보증금 2000만원, 월세 40만원), 전세는 전용 29.7㎡가 9000만~1억원(전세자금대출 가능)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방을 보기 위해 방문한 B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지역 원룸 대부분이 같은 시기에 지어져 유사한 크기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집들 대부분이 지하철역 근처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형성돼 거리상 이점도 있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전용 16.5㎡짜리 원룸이었다. 완공된 지 2~3년이 채 안돼 새 건물 느낌이 남아 있다. 방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했다. 공인중개사는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니 얼마나 좋냐고 했다.

문을 여니 하늘색과 회색 빛이 적당히 섞인 빈방이 눈에 들어왔다. 5평 남짓의 직사각형 원룸. 방이 한눈에 들어와 굳이 둘러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에 얼굴을 갖다대니 벽에 엉덩이가 부딪혔다. 세수하는 시늉을 하고 있으니 공인중개사는 서둘러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 서울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원룸들. 같은 시기에 만들어져 동일한 구조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 한달에 5만원을 내고 2평을 더 사다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다른 원룸 앞에 다달았다. 총 7층짜리 전용면적 23.1㎡의 방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4층에 도착해 문을 여니 2평이 얼마나 넓은지를 새삼 느꼈다. 화장실도 넓어지고 정사각형의 방 구조도 가구를 배치하기에 좋아 보인다. 한달에 5만원을 더 내고 2평을 더 살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창문을 열자 옆 건물을 이루는 붉은 벽돌이 40㎝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공인중개사를 쳐다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라며 농을 쳤다. 창문 열고 닫기를 반복하자 공인중개사는 괜찮은 전셋집이 하나 남았다며 발길을 서둘렀다.

전세 9000만원, 전용면적 29.7㎡의 집까지 이동하는데 역시 1분을 넘기지 않았다. 가격대와 평수가 상이한 3가지 형태의 원룸이 모두 걸어서 1분 거리에 모여 있다. 2층에 위치한 집 문을 여니 정면에 부엌이 있고 양 옆으로 방과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실은 몸을 굽혀도 벽이 닿지 않았다. 짙은 갈색의 목재 바닥도 좋았다. 창문은 여전히 옆 건물이 풍경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것까지 흉 잡는 것은 욕심같이 느껴졌다. 선뜻 결정을 내리기엔 900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원룸 전셋집 찾기 어려운 요즘,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한 원룸을 찾았다는 건 간만에 양심 있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선유도역은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수요도 많아 급하게 방을 정리해도 금방 다른 세입자가 들어온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정하면 주인과 이야기해 5만원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이후 방문한 다른 부동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5만원의 에누리는 이곳의 기본적인 정서였다.

원룸 수요가 꾸준하고 방의 구조와 가격대까지 비슷한 점은 같은 기간 원룸이 지어진 이 지역만의 특징이었다. 최근 늘어난 커피숍과 식당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누리는 좋은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조용했던 선유도 일대는 지하철 개통 5년만에 여의도와 인근 직장인이 거주하는 1인 가구 지역으로 발돋움한듯 보였다. 더불어 주말에는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 역할도 하고 있다. 무서운줄 모르고 오르는 월세 시장에서 ‘5만원 깍아줄게’라는 말이 괜시리 정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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