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내년 원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 원화채보다 달러채로 차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한국계 외화채권에 대한 해외 시장의 시각이 크게 달라지면서 달러화채 가산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만기 역시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12일 열린 ‘2013년 해외차입전략 설명회’에서 달러스왑 스프레드가 줄어들면서 재정거래 요인은 줄어들었지만 원화자금 조달에 여전히 외화채 발행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은행과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크게 하락한 영향을 받아 가산금리가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5년만기 원화채권의 민평수익률이 3.06%였으나 17년만기 달러화채는 T+127bp에 머물러 원화금리는 2.78%에 불과했다. 무려 28bp 정도의 금리 차익을 본 것이다. 국금센터는 조달 통화의 필요성, 제반 발행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하므로 금리 수준만을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으나 단순 금리 측면에서는 현재 달러화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내년도 외화채권시장은 공급보다는 수요 우위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물량은 감소하는 반면, 한국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5년물 채권 발행이 크게 줄면서 내년 만기도래액은 올해보다 22억달러 감소한 204억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내년에도 주요국들이 경기회복을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큰 데다, 유럽 등 우량 채권의 공급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한 한국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어질 전망이다.
윤인구 국금센터 부장은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다수 기관들의 전망들이 적중한다면 스프레드가 완만하게 축소되면서 내년 하반기에 외화채를 발행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재정절벽 관련 협상이 타결되면서 미국채 금리가 소폭 오르면서 스프레드 축소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연달아 상향조정되는 등 외화채 발행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올해 발행된 외화채권은 지난 5일까지 369억달러로 지난 93년 집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5년만기 채권 기준으로 미국 국채보다 300bp 높았던 지난 1월 발행 스프레드가 10월에는 130bp까지 떨어졌다. 공모발행 채권의 금액가중 평균 만기 역시 5.5년에서 6.5년으로 다소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