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TV 이민희 PD] “새벽이 밝아 오는데 기상 시간은 정해져 있다. 내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칠 것만 같아요” 장기하가 활동했던 ’청년실업‘이라는 밴드의 노래 가사다. 취업에 목말라 하며 청춘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 수 밖에 없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인 것이다.
지구촌 곳곳이 청년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미국 청년들의 불만이 세계금융의 중심지 월가의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사회의 경제 불안과 부조리에 항의하는 '고학력, 저임금 세대' 시위대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중동, 아랍 국가들도 청년실업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로 홍역을 치룬 바 있고, 영국 주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폭동 사태도 20%에 달하는 청년실업 때문에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자 수는 약 26만 5000명으로 청년실업률은 6.3%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체감 실업률은 두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경희대 경영학과 김성은 교수는 “그 동안 경제 발전의 과실은 대부분 대기업이 가져갔지만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며 아웃소싱이나 자동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커서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어려운 점도 큰 문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승진의 기회가 있거나 월급을 많이 주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들은 대기업에만 편중되어 있는 현실을 청년 실업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대학 취직을 못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 졸업 후 실업자가 되거나 빌린 등록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의 ‘청년실신’ 한 달 소득이 88만원이라는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2.1연구소의 우석훈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명목상 소득은 늘고 있지만 과연 다음 세대들의 삶이 개선되는가를 고민해 보아야 된다. 물가상승이나 평생소득 등을 고려해 보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줄고 있다. 인턴 같은 형태를 통해 다소 해소하려는 인식의 전환은 있지만 우리는 현재 아무도 행복할 수 없는 미래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정한 직업 없이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이른바 '프리터(Free+Arbeiter)족'이 500만 명에 이른다. 또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이른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도 113만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는 공식적인 청년층 실업자 통계 3배에 이르는 규모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단순히 취업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청년실업으로 인해 1년에 4조9000억원, 장기적으로는 23조원의 소득상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세수 차질액도 1조532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만약 청년실업이 지속된다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회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청년실업은 범죄율 증가 및 국가경제 경쟁력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년실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체계적인 제도적 노력을 준비하고 있으며, 청년들 스스로도 청년창업 등의 기회를 통해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내 일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인턴과 창업지원을 확대하고 공공기관 증원 등을 통해 2012년까지 7만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고용 파트너십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또한 경기도는 ‘일자리센터’ 와 '청년프론티어 창업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전문 교육 실시와 취업 알선 및 창업 지원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김성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시장의 공정한 관행 확립을 위해 통제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줘야 하며, 자본 조달이 취약한 중소, 신생기업에 자본 지원이 가능토록 금융기법의 제도화와 선진화를 이루어야 된다.”고 말한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의 문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마이크임팩트‘의 청년 창업가 한동헌 대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창업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상관없이 취업을 위해 대학생활을 모두 바치지만 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비정규직, 단기 알바, 공무원 준비생 등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창의적, 혁신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오늘을 사는 청년들에게 꿈을 주고 싶었다. 그런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취업보다는 창업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년들의 노력은 창업 도전뿐 아니라 ‘청년유니온’과 같은 청년 노동조합에서도 볼 수 있다. ‘청년유니온’은 심각한 실업률 해소 및 노동권 보호 등의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모인 조합이다. 그 동안 최저 임금인상, 임금체불 및 부당해고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했으며 배달노동자의 안전보호라든지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들은 직접 고발 과정을 거쳐 해결해 내기도 했다. ‘청년유니온’의 정부 인가는 보류된 상태지만 적극적인 노동 활동을 통해 기업들은 이들을 교섭단체로 인정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2~3년 내 노동운동의 커다란 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청년들 스스로 다각도의 노력에 의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 그리고 학계의 노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취업으로 고통 받는 젊은이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바로 우리경제와 사회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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