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전이다. 여행 삼아 건너 간 미국에서 이른바 `싼타페 혁명`을 보고 몸을 부르르 떨었던 일이.
당장 현대차(005380)를 주로 담는 펀드를 만들었다. 당시 인기 절정 드라마를 따서 `영웅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미국에서 직접 경험한 `현대차 잠재력`에 모든 걸 베팅한, 과감한 시도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펀드가 출시된 2005년은 현대차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해와 딱 맞아떨어진다. 중국과 미국에 잇달아 공장 착공이 시작됐다. 대규모 비용이 투입됐다. 순익은 쪼그라들었고, 펀드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때의 실패가 중요한 경험이 됐다. 실망이 컸고 많이 좌절했지만, 대규모 투자 감행은 현대차가 저력있는 기업이라는 믿음을 한층 두텁게 했다"
모든 일은 사이클을 탄다. 기업 사이클상 투자 다음은 생산이다. 투자를 통해 확충한 공장과 설비는 생산 규모의 앞자릿수를 바꾼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위기에 타격을 입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휘청거렸다. 때가 왔다 싶었다.
그는 다시 현대차에 매달렸다. 한번 더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현대그룹주펀드가 세상 빛을 봤다. 현대자산운용이 간판을 내걸고 선보인 첫 작품이기도 하다.
막대한 투자로 확보된 생산 기반과 가격 경쟁력, 경쟁사들의 몰락 등 갖가지 호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리면서 현대차는 물론 관련 종목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수익률이 올랐다. 잇단 환매로 다른 펀드가 울상지을 때, 오히려 판매처를 늘려가는 성과를 뽐내고 있다.
삼성그룹과 비교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삼성은 IT 중심이다.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핸드셋, IT하드웨어, 2차전지 등을 하위 분야로 갖고 있다.
그런데 모든 분야가 다 같이 좋은 시절은 불가능하다. 반도체가 좋을 때 핸드셋이 고꾸라질 수도 있고, 디스플레이가 활짝 필 때 2차전지가 고개를 떨굴 수도 있다. 각자 전공분야가 다르다보니 때마다 시절마다 울고 웃는 계열사가 다르다. 해가 뜨면 우산 파는 동생을, 비가 오면 모자 파는 형님을 걱정해야 하는 격이다.
현대그룹은 다르다. 현대차가 잘 나가면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가 함께 잘 나간다. 모비스가 좋으면 만도가 좋다. 만도가 좋으면 한라공조가 좋다. 전체적으로 수송을 담당하는 글로비스까지 함께 좋다.
말단 부품부터 최종 제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고루고루 함께 웃는 구조다. 이것이 삼성과 현대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그는 말한다.
"부품에서 제품까지 일렬로 연결돼 있다보니 저절로 레버리지가 생긴다. 주력 분야가 호황을 맞으면 그룹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수혜를 맞는 셈이다. 이 펀드를 만들 때 주축이 됐던 아이디어가 바로 이런 레버리지 효과였다"
지금까지는 너무 좋다. 현대차 관련 종목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관심은 앞으로도 지금의 호조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쏠린다.
"두 가지를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판관비다. 차가 잘 팔리면 판매사원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지급할 필요가 없다. 작년에 한대 당 2500달러였던 인센티브가 올 1분기 1460달러로 줄어들었다. 이 비용이 앞으로 계속 축소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매출원가 단계에서 비용 절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사협상에서 혼류생산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가동률이 급등할 것이다. 아예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셈이다"
현대차를 유독 아끼고 사랑하는 이유를 묻자, 즉각 답이 튀어나왔다.
"종목을 고르는 원칙은 첫째도 어닝(earning), 둘째도 어닝이다. 어닝이 계속 늘어난다면, 그리고 그 이유가 설명가능한 것이라면 무조건 담는다.
현대차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싼타페가 많이 팔리면서 돈을 잘 벌겠구나 싶은 생각에서였다. 처음엔 시점을 잘못 잡았지만 지금은 뿌렸던 씨를 적극적으로 거둬들이는 시기다. 어닝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의미다.
반대로 현대차가 돈을 벌지 못하는 단계가 오면 과감하게 버릴 수도 있다. 다른 건 상관없다. 난 오직 영업이익률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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