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정부가 그동안 비과세로 유지하던 세목을 속속 과세로 전환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세수 확대를 위한 숨은 세원 발굴 차원이다. 정구가 여러 차례 `감세의 이득`에 대해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 골드뱅킹 등 비과세에서 과세 전환
기획재정부는 최근 `낮은 세율,넓은 세원` 원칙에 입각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숨은 세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드뱅킹(금 통장)의 매매차익 등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걷기로 한 것. 재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 3에 따라 기초 자산 가격의 변동과 연계해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피해 발생한 수익의 분배금은 배당소득에 포함된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에 따라 배당 소득세를 걷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9년 1월 1일 이후 이익을 실현하고 통장을 해약한 사람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작년 1월 1일 이후 골드뱅킹 가입 후 배당소득을 받은 가입자라면, 소득의 15.4%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금융 소득이 한 해 4000만원이 넘는 금융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세율이 38.5%까지 높아진다.
당장 해당상품을 비과세로 팔아온 은행들은 이 소급과세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과세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과세가 가능한지를 판단해 왔던 것"이라며 "다른 배당 소득도 세금을 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골드뱅킹만 예외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금값이 온스 당 14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골드뱅킹에도 총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상태. 따라서 재정부가 작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경우 만만치 않은 세금이 걷힐 것으로 보인다.
◇ 미술품 양도세·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부활
미술품 양도세 과세도 조세 형평성과 세원 발굴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안이다. 2008년 정부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과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안을 제출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관세 법안(소득세법 21조 1항 25호)에 따르면 세금 부과 대상은 점당 양도가 6000만원 이상 미술품(양도일 현재 생존 국내 작가 작품은 제외)이다.
납부할 세금은 양도가액에서 필요 경비를 차감한 금액에 20%를 곱한 금액이다. 미술품 양도차익은 소득세 항목 중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하지만 미술계의 반발이 커지고,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를 6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 재정위원회는 지난 16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정병국 의원(한나라당) 등이 발의한 양도소득세 부과 시기를 2016년 12월31일까지 유보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의원 27명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 양도차익 과세 시행을 6년간 유예,거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위는 오는 28일 예정된 전체회의 이전에 조세소위를 다시 열고 유예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채권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특례를 폐지하는 것 역시 자본유출입 규제 방안 중 하나지만, 넓은 의미에선 숨은 세원 발굴이다. 재정부는 지난해 4월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특례 조항을 만들고 이자소득세(세율 14%)를 면제해줬다. 이후 투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되자 정부가 이 특례 조항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
현재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10~14%) 제도를 그대로 부활한 상태에서 세율 범위를 법에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 시행령 개정으로 세율을 바꿀 수 있도록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정부 "재정건전성 확보"..일부선 "정책 일관성 훼손"
올해 말로 일몰이 돌아오는 각종 비과세, 감면 제도도 속속 폐지되고 있다. 재정부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일몰되는 50개의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16개를 없애고 3개를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과세특례, 창투조합 등 출자금 소득공제도, 공익기부집합투자기구 과세특례, 재외동포전용 투자신탁, 공공기관 구조개편을 위한 분할 특례, 고용유지기업 및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 등이 올해로 끝난다.
정부가 비과세 폐지 등을 통해 세수 확대에 나선 것은 재정건전성 확보가 그만큼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비과세 항목을 찾아내 과세로 전환하거나 그동안 받지 못했던 부실채권 등에 대한 징수도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감세 기조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세원 발굴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감세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세원 발굴에 나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특히 골드뱅킹과 같이 전격적으로 과세하는 식은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