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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분양 아파트, 건축비 ´제멋대로´

이진철 기자I 2004.02.25 14:22:12

강북이 강남보다 높고 소형이 대형보다 비싸
짜맞추기 의혹..투명한 제도 마련 시급

[edaily 이진철기자] 지난해 서울 동시분양으로 강북지역에 공급된 일부 아파트의 건축비가 강남지역보다 최고 71.6%나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지역에 동일 건설사가 공급한 동일 평형대에서도 건축비가 최고 평당 200만원 가까이 차이나는 곳도 있어 건축비 산정이 건설사 입맛대로 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부동산뱅크(www.neonet.co.kr)가 작년 1차부터 12차까지 서울동시분양 입주자모집공고에 게재된 아파트 분양가의 건축비와 대지비를 분석한 결과, 동작구와 중구에 공급된 45평~55평형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가 각각 927만원과 915만원으로 강남구(평당 665만원), 서초구(786만원), 서대문구(평당 705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건축비가 공사에 소요되는 인건비, 마감재 등의 비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강남 대형아파트의 마감재 고급화로 상대적으로 서울 외곽지역에 분양되는 아파트보다 건축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상반된 결과다. 실제로 작년 12차 동시분양을 통해 금호산업(002990)이 서대문구 홍제동에 공급한 56평형의 경우 평당 건축비가 796만원으로 같은 시기 대우건설(047040)이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를 재건축 물량으로 공급한 55평형 건축비인 평당 665만원보다 평당 131만원이 높았다. 또 10차 동시분양에서 정은건설이 중구 신당동에 공급한 50평형은 평당 건축비가 915만원으로 대우건설이 강남구 역삼동 영동3차 재건축으로 공급한 평당 644만원보다 크게 높았다. 이와 함께 강북지역은 건축비가 높게 책정된 아파트일수록 대비지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에 작년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46평~55평형 아파트의 평균 대지비는 평당 349만원, 중구는 평당 562만원으로 이는 강남구(평당 1059만원)와 서초구(807만원)보다 크게 낮았다. 동일 지역에 동일 건설사가 비슷한 평형을 공급했을 경우도 건축비와 대지비 차이가 있었다. 쌍용건설(012650)이 10차 동시분양을 통해 가락동에 2개의 지번으로 나눠 공급한 아파트의 경우 32평형의 평당 건축비는 593만원이고 또다른 지번에 공급한 33평형의 건축비는 평당 797만원이었다. 반면 대지비는 각각 909만원과 705만원으로 건축비와는 반대 수준을 나타냈다. 이밖에 평형이 작은 아파트가 큰 평형보다 건축비가 더 비싸게 책정된 곳도 있었다. 9차 동시분양을 통해 한화건설이 강남구 논현동에 분양한 26평형의 건축비는 평당 970만원으로 같은 기간 삼호(001880)가 논현동에 공급한 33평형 건축비 688만원보다 평당 300만원 가까이 높게 책정됐다. 이같은 한화건설의 26평형 건축비는 2차 동시분양을 통해 동양고속(005900)건설이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한 65평형 평당 건축비 967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두 아파트는 모두 재건축사업으로 가구수는 각각 70가구와 68가구로 단지 규모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윤진섭 부동산뱅크 팀장은 "일부 업체들이 분양가격을 산정할 때 주변시세 등을 맞춰 임의로 분양가격을 정해 놓고 나중에 대지비와 건축비를 짜맞춘 의혹이 짙다"며 "분양가 산정에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투명한 제도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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