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내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권 드립니다.”
정부 위탁을 받아 ‘임대아파트’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곳이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C협동조합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 조합에 100만원을 내고 가입했고 이후 변심에 따른 환불을 요청했으나 ‘기부금’ 명목으로 가입비 일체를 돌려받지 못해 억울하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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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유혹의 시작…“일단 오라”
실체는 무엇일까. 9일 이데일리는 C협동조합에 연락했지만 가입문의는 전화 상담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조합 관계자는 “유사 업체들이 많다”며 “고객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와서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C협동조합 사무실에는 조합 가입 상담을 받는 고객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어르신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설립 이념 등을 설명한 후 가입을 권유했다. 조합원이 된 후 10명을 더 모아오면 대의원이 된다고도 했다. 대의원이 되면 임대아파트 동·호수 선택권을 준다는 말을 곁들었다.
더욱이 입주 시점에는 일반 분양아파트에서 나온 수익금 일부를 배당금으로 받을 수 있고 분양가 30% 할인된 가격에 매매를 할 수 있다며 홍보했다.
조합 관계자는 “전국에 공공임대주택 300만 가구 설립을 목표로 조합원 300만명을 모으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현재 조합원은 7500명 정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3년 후 동작구 사당동에 임대아파트를 건설해 입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위탁사업? 기재부 “사실 아냐”
이곳은 일명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을 하는 조합일까. 이는 민간임대주택법특별법(민특법)에 따라 임대아파트 건설 목적의 협동조합을 설립해 조합원 납입금을 초기 자본으로 출자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PF보증으로 은행에서 건설자금 대출을 받아 임대아파트를 조합원에 우선 임차해 임대기간이 지나면 주택 분양권을 주는 사업방식이다 .
5인 이상 조합원 자격을 가진 자가 발기인이 돼 정관을 만들고 창립총회 의결 후 주된 사무소 소재지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면 조합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C협동조합은 2017년7월 서울시에서 인가한 협동조합이다. 다만 설립 목적은 임대아파트 건설이 아닌 ‘공동브랜드 개발 및 판촉 사업’으로 표기해놨다. 그렇다면 C협동조합은 민특법에 의한 조합이 아닐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특법에 따라 조합원에게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한 협동조합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조합원 모집이 공개적으로 가능하다”며 “조합설립 목적과 실제 운영이 다르면 단속·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위탁을 받아 영구임대아파트 분양사업을 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당 조합은 2017년7월 서울시에 설립을 신고해 수리된 조합으로 영구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한 위탁사업으로 기재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 조합은 ‘기획재정부장관 승인 협동조합’이라는 등의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홍보해 조합원을 모집해 왔다.
이를테면 “국내 유일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을 받은 일반 협동조합으로 기재부 일자리창출경제과에서 위탁사업을 받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조합”이라거나 “영구임대주택사업 등이 곧 시행될 예정이므로 100만원 내외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허위 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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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부지…동작구 “개발계획 없어”
그렇다면 3년 후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사당동 땅은 실재하는 것일까.
C협동조합에서 개발 계획이 있다는 토지는 사당동 산 ‘00-0’번지다. 이 땅은 ‘까치산 공원’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여 개발제한구역과 비슷한 제약을 받고 있다. 토지 소유자만 1503명에 이른다. 작년 6월에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하면서 토지주와 지자체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토지주들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 공원구역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관할 지자체인 동작구청 관계자는 “까치산 공원은 개발 계획이 없는 땅”이며 “해당 구역을 개발하려고 등록한 지주택 사업자도 없다”고 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지주택 사업과 유사한 조합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토지전문가는 “지주택이나 이번 조합 사례와 같이 과장·거짓 홍보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려는 곳이 많았고 사기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며 “지자체에서 조합을 일일이 단속하고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조합 가입시 해당 토지 임장이나 등기 확인 등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