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법무부, 기재부,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가한 차관급 회의에서 어느 정도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4차산업혁명 대응의 주무부처를 자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다르다”며, 법무부의 거래소 폐지 움직임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아 ICT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다르다”는 말만 되풀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2일 “가상화폐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기본 입장은 관계부처 협력과 공조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가상화폐와 별개로 기존 거래 비용을 낮추는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은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못했다.
다만 “블록체인의 한 사례로 가상통과가 나온 것”이라면서도 “가상화폐가 투기의 장으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지난해 말 유영민 장관이 송년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당시 유 장관은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같이 섞어 보지 말고 분리해 봐야 한다. 블록체인은 내년에 과기정통부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다. 상품이냐, 화폐냐는 정부에서 명확히 준비가 안됐고 범부처 차원에서 스터디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4차산업혁명 주도 부처로서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첫번 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게 암호화폐인데 거래를 금지하고 가상화폐공개(ICO)도 금지하면서 무슨 블록체인을 키우자는 것인가”라며 “과기정통부 말은 프라이빗 블록체인만 허용해 사무자동화 등에만 쓰이는, 인터넷 대신 인트라넷만 키우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상화폐 범정부 TF를 칼 질을 하는 법무부가 주도하는 게 문제”라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의 전략적 방향을 이해 못하는 법무부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니 점점 나락에 빠지고 있다. 칼을 휘두르는 부처는 그것에 맞게, 전략적 방향을 정하는 부처는 그것에 맞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과기정통부는 기술부처일 뿐이고, 기재부가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블록체인 관련 시범사업(42억 원)과 R&D 사업(45억 원)을 진행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14억 원을 편성해 블록체인 기반 실손보험금 청구 자동화 등의 프로젝트를 했는데, 올해는 블록체인 전용 예산을 따서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서비스 같은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이라며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 의견 조회 중이고, 3월 중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를 통해 공고가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