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의약품 700여개 품목이 저가의약품에서 제외돼 인하가 예고됐다. 또 정부가 제시한 일정 가격을 수용한 신약은 발매 시기가 빨라진다.
16일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약품 건강보험등재 및 약가산정 관련 시행규칙’ 등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2015년 2월1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약가산정 기준의 합리성을 제고, 기존 약가관리 대상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개정안에는 보험약가의 단위를 실제 유통되는 생산규격단위로 조정, 저가의약품의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내복액(알약)은 70원, 액상제(시럽)는 20원, 주사제는 700원 이하인 제품을 저가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제네릭(복제약) 등재 및 사용량 약가 연동제 등에 따른 약가인하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회 투약비용으로 계산하면 저가의약품이 아닌데도 절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시럽제의 경우 최소단위인 1㎖를 기준으로 약가가 산정되는데 실제 환자들이 1㎖보다 많은 양을 복용하는 제품은 1㎖를 기준으로 저가의약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2012년 총 323개 품목의 1회 투약비용이 저가의약품보다 비싸 절대적 저가의약품으로 볼 수 없는데도 인하대상에서 제외돼 건강보험 재정에 연간 1016억원의 추가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저가의약품 기준 재설정으로 약 700여개 품목이 저가의약품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들 제품에 대해 향후 제네릭 등재와 같은 약가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약가를 깎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일부 신약 제품에 한해 가격 결정 절차가 단축돼 발매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제약사가 신약의 약가신청을 할 때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 약가를 수용하면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없이 보험약가 등재를 허용키로 했다. 이 경우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에 소요되는 60일 가량이 단축된다는 의미다. 가중평균가는 같은 효능에 사용된 모든 약물의 사용량을 반영한 평균가격을 말한다.
신약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해 약가인하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제도도 신설된다. 복지부는 사용량이 급증하는 신약의 약가를 깎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운영 중인데, 혁신형 제약기업이 해외 임상시험을 거쳐 개발한 신약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할 경우 사용량이 급증했더라도 약가인하를 유예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환급키로 했다.
수출 의약품은 국내 약가를 감안해 해외에서도 약가가 책정되는 상황에서 국내 약가가 지나치게 낮으면 수출에도 지장이 있다는 건의가 반영됐다.
이밖에 희귀질환의약품은 약가 산정을 위한 경제성평가가 곤란한 경우에도 건강보험에 등재될 수 있도록 A7 국가(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최저약가 수준에서 경제성을 인정, 약가협상을 거쳐 등재되는 특례가 새롭게 마련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적정한 약품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장성 강화와 제약 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약가관리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