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올 상반기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중인 저축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먼저 후순위채 청약을 실시한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이 모집 금액을 간신히 소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다른 저축은행들은 청약 미달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발행에 제동을 걸고 있어 발행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2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한국저축은행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청약을 실시한 결과, 가까스로 청약 목표 금액을 맞춰 경쟁률은 1대1을 기록했다. 마지막 날까지 저조한 청약률을 보이다가 법인이 대규모 자금을 미달액에 맞춰 청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다 앞서 15~17일 750억원 규모로 진행된 솔로몬 계열 3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청약 경쟁률도 1.14대1에 불과했다.
한국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후순위채 청약 경쟁률이 각각 2.2대1과 3.74대1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떨어진 수준이다.
이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금리는 연 8.1%로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에는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전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청약 인기도 같이 떨어졌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청약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평판이 안 좋은 상황에서 청약 물량을 100% 소화한 것 만으로도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해야 하는 나머지 저축은행들이다. 지난해 후순위채를 발행한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기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1년이 지난 올해도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규모는 4000억~5000억원 규모였다. 제일, 현대스위스, 토마토저축은행 등 상당수 저축은행은 상반기 중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 규모나 청약률은 대부분 수신금액 규모와 비례한다"며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이 청약 물량을 간신히 소화했다면 다른 저축은행들에서는 미달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감독당국을 비롯해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의 잇따른 후순위채 발행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들어 저축은행들에게 후순위채 발행보다는 대주주 출자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설 것을 지도하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의 검사·감독 강화를 강조하며 "후순위채는 예금보호 대상이 되지 않음을 사전에 충분히 주지시키라"고 주문했다.
한신정평가도 최근 '저축은행의 최근 위험 변화 및 주요 이슈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익기반이 취약한 저축은행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은 잔존만기 동안 저축은행의 수익성 관리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순위채권은 채권 발행기업이 파산했을 때 채무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지만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계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