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제공] "사람답게 사느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답게 죽는 것도 중요하다. 민족의 영산인 계룡산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그 일에) 한 목숨 내놓는 게 뭐가 아깝겠는가?"
호남고속철도의 계룡산 통과 저지운동에 나선 풍운 스님(영주사 주지)은 계룡산을 지키기 위해 이처럼 극한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전과 충남의 불교단체 및 사찰 등 범불교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전불교사압연합회, 대한불교청년회대전충남지구 등 20개 불교단체와 장곡스님(갑사 주지) 등 70여명의 주지스님은 20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백제불교회관에서 '계룡산살리기 대전충남범불교연대(상임공동대표 장곡·이하 계룡산불교연대)' 창립기자회견을 열고 "계룡산 훼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불교계가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지난 6월말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평가결과 '오송역'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호남선의 계룡산 인근 통과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그 동안 정부는 계룡산국립공원 외곽 700m 인근을 지나게 돼 '국립공원훼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대전충남 시민단체 및 불교계는 국립공원 지정 구역 밖이라 할지라도 계룡산 자락을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해 왔다.
"천성산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또 다시"
계룡산불교연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 정부가 북한산과 천성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또 다시 호남고속철 공사를 통해 계룡산을 훼손하려 한다는 사실에 우리 지역 불교계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민족의 영산 계룡산 훼손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는 호남고속철노선이 국립공원지역을 관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이 같은 과오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이 논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하늘을 모두 덮으려 하는 우매한 짓과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밭불교회 회장 성운스님은 "호랑이의 꼬리를 자르면서 머리나 몸통은 자르지 않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며 "계룡산을 조금이라도 훼손하지 않고서 원만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계룡산불교연대는 정부에 대해 ▲계룡산 훼손하는 어떤 개발사업도 더 이상 진행하지 말 것 ▲호남고속철 노선 확정 이전에 진행되는 모든 행정절차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 할 것 ▲노선확정 전에 지역사회와의 협의·토론에 나서 갈등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
계룡산불교연대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각 사찰에 현수막 게시 ▲지역시민단체와 연대한 계룡산 살리기 활동 ▲계룡산 훼손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건교부 및 관계 부처 항의 방문 ▲계룡산 살리기 법회 개최 등의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