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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총체적 경제난국 외면마라"

경제부 기자I 2004.08.03 15:13:55

이코노미스트들 "경제 더 나빠질 것" 한 목소리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달래줘라"

[edaily 경제부 증권부] 한국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으로 추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내수 부진이 여전한 가운데 물가는 연일 고공비행을 하는 국제 유가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속 물가상승)을 우려할 정도로 살인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경제의 동력이랄 수 있는 기업들의 심리마저 바닥으로 떨어져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뚝 떨어졌다. 경제전문가들이 말하는 경제 현주소와 처방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 정부는 낙관론만 되풀이..시각 바꿔야 그러나 경제정책당국은 ‘내수와 수출의 쌍끌이 성장이 가능하다’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뿐 큰 문제가 없다’며 낙관론만을 내놓고 있어 정부의 경기 대응이 지나치게 안이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지난 6월 도소매업의 증가세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며, 앞으로는 내수와 수출이 보조를 맞춰 성장을 이끄는 `쌍끌이` 패턴으로 변하는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2일에는 물가전망에 대해서도 "올해 물가는 정부 목표치인 3%대 중반에 묶어둘 수 있을 것"이라며 3%대 방어를 자신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은 정부와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 대응의 시기를 놓칠 경우 최근 식약청의 감기약 논란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대가를 톡톡히 치를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저성장-고물가’의 사슬에 걸려 장기불황의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국내외 경기 상황이 손을 놓고 있을 만큼 여유롭지 못하며 종합적인 처방이 시급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불안심리를 걷어내라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KDI)부원장은 “6월 산업활동동향, 물가, 기업경기실사지수등 최근 집계되는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경기 회복시기가 지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급등하는 국제 유가에 주목했다. 전 부원장은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여기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그는 그러나 “유가 상승은 수요측면이 아닌 비용측면에서 발생한 변수이기 때문에 정책당국으로서도 손을 쓰기가 어렵다”며 “결국은 내수쪽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부원장은 이에대한 대응책으로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심리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불안심리를 걷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정책의 투명성이라도 키우라`는 뜻이다. 그는 이와함께 “금리정책은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 상태를 유지해 내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노사안정을 꾀하라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최근 경기위축은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며 증폭되는 불안심리를 달래주기 위한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반기 성장률이 낮아질 것 같다”며 그 근거로 “건설경기가 생각보다 많이 냉각되고 있고, 최근 고유가도 악재”라고 분석했다. 경기의 현주소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정책에 대해서 권 수석연구위원의 진단은 색다르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해서 경기를 조절하는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권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이럴 때 일수록 노사안정과 규제완화, 외국인 자본우대정책에 대한 정책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환율 정책 완화하라 오상훈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의 환율 정책을 꼬집는다. 그는 물가대책과 관련해 “정부는 매크로적인 정책기조보다는 미시적인 정책기조 변화를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며 환율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물가불안 요인이 더 가중되면 고환율 정책기조에 대한 정책시정 요구가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오 팀장은 “물가상승의 상당부분이 고환율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고환율 정책을 완화시키는 정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함께 수출전망에 대해 “일단 수출은 생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추세적으로 둔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표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 역시 “채권시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가 나빠질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콜금리를 내리거나 재정정책 또는 환율정책으로 대응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정책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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